친박-친이 얽힌 한나라, ‘分黨’ 얘기까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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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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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세종시 내홍’ 확산
朴-鄭‘미생지신’ 서로 다른 해석
“미생은 진정성이 있어 죽어도 귀감이 되고
진정성 없는 애인은 손가락질 받았을것”

“미생이란 젊은이가 애인과 약속 지키려
비 많이 오는데 다리 밑서 기다리다 익사”

무기명 비밀투표 논란
친박 이계진 고육책 냈지만
朴“숨기고 말고 할게 있나”

분당 가능성 제기
“서로 토론이 안된다면…”
홍준표 의원이 공론화

또 다른 파열음도
“박근혜, 민주당 구도속으로”
친이 정두언 정면 비판


초등동창 전현직 대표 등돌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왼쪽)가 18일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세종시와 관련해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정몽준 대표(오른쪽)가 장광근 사무총장에게서 당무 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다. 김경제 기자
초등동창 전현직 대표 등돌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왼쪽)가 18일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세종시와 관련해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정몽준 대표(오른쪽)가 장광근 사무총장에게서 당무 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다. 김경제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8일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는 여권 주류를 향해 다시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엔 나흘 전 ‘미생지신(尾生之信)’의 고사를 인용해 자신의 신뢰 강조 원칙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던 정몽준 대표를 정조준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정 대표를 겨냥해 “수정안에 찬성이면 무조건 애국이고 원안을 지키자고 하면 나라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그런 사고 자체가 판단 오류다”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정 대표는 “누구라도 자기 의견을 밝힐 수 있지만 서로 경우에 맞게 해야 하고 상대방을 불편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전·현직 대표가 충돌하면서 여권 내 ‘세종시 전선’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서울 장충초등학교(20회) 동기생인 두 사람은 세종시 문제로 정치적으론 등을 돌리게 됐다. 이날 당내에선 다른 파열음도 터져 나왔다.

○무기명 비밀투표 논란

친박(친박근혜)계 이계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시 문제처럼 계파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소신껏 투표할 수 있도록 세종시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주요 공직자의 임명동의안 등 인사 문제에 한정해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법 112조는 ‘중요한 안건’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무기명 비밀투표를 허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의 제의 또는 의원의 동의로 본회의 의결이 있거나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다.

이론상으로만 보면 친이(친이명박)계가 무기명 비밀투표를 요구해 관철할 수 있지만 친박계나 야당이 반대할 경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친박계 의원을 개별적으로 설득하는 ‘정치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당 가능성 제기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18일 KBS 라디오에 나와 “서로 토론이 안 된다면 (친이계와 친박계가) 분당하는 것이 맞겠죠”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 거론되는 분당 가능성을 공론화한 것이다.

홍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분당하면 한나라당은 공멸한다. 내 발언은 분당에 방점이 찍힌 얘기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2005년 세종시 원안 처리 당시 치열한 당내 토론을 거쳐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결정했던 박 전 대표가 이번에는 자기 소신만 내세우고 국가 중대사에 대해 토론까지 거부하면 당을 같이하기 어려운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파열음


박 전 대표는 이날 세종시 원안을 배제한 어떠한 방안도 거부한다는 기존 태도를 재확인했다. 영남권의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의원들이 계파나 지역에 상관없이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힐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의 강경대응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친이 직계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이날 발간된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세종시 문제를 계속 끌고 가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민주당의 구도 속에 박 전 대표가 빠져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정 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만찬 모임에서 “(여론조사 결과) 정부안이 60%, 원안이 40%되는 것 같은데 사실상 끝난 얘기 아니냐. 다수가 지지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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