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천신만고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공천탈락-쇄신표적 수모 끝
1년반만에 국회 재입성
당내최다 6선… 국회의장 포부

박희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8일 경남 양산 재선거에서 기사회생했다. 지난해 18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 탈락 후 약 1년 6개월 만에 당내 최다선(6선) 의원 중 한 명으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이번 재선거에서 박 당선자는 친노(친노무현) 성향의 민주당 송인배 후보와 박빙의 접전을 벌였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양산에서 낙승을 거두지 못한 점은 그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 당선자는 2005년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한 뒤 시련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1988년 경남 남해-하동에서 당선돼 내리 5선을 했던 그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었다.

박 당선자는 지난해 7월 원외로서 당 대표직을 거머쥐었지만 원외 대표의 설움은 피할 수 없었다. 당 대표로서 선거를 진두지휘한 올해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0 대 5로 참패한 것은 치명타였다. 당내 개혁 성향의 의원들은 박 전 대표를 쇄신의 표적으로 삼고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조기 전당대회를 반대하면서 퇴진론은 수그러들었지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양산 공천도 쉽지 않았다. 그의 양산 공천 여부를 놓고 친박계는 대표직 유지와 출마를, 친이(친이명박)계는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며 충돌했다. 결국 9월 초 대표직에서 물러난 그가 공천을 받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던 김양수 전 의원과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여권 성향 표의 분산을 초래했다.

박 당선자는 원내 입성 후 하반기 국회의장직에 나설 뜻을 굳힌 상태다. 당내 계파 간 파인 골을 메우는 화합의 중책을 맡겠다는 생각도 가다듬고 있다. 하지만 그의 향후 행보를 둘러싸고 친이, 친박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일부 친이계 의원들은 박 당선자가 이번 선거 기간 중 유세 등에서 많은 도움을 준 친박계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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