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北, 주민 쥐어짜기 실패 자인?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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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일 전투 끝나자 100일 전투
성과 미흡하자 새 카드로
주민통제 강화 나선듯

북한이 대중의 노동력을 동원하기 위해 올해 4월 시작한 ‘150일 전투’를 마치기가 무섭게 ‘100일 전투’를 다시 시작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21일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4월 20일부터 9월 16일까지 진행된 150일 전투가 승리적으로 결속됐다(끝났다)”며 “계속 혁신, 계속 전진하는 것은 우리 당과 인민의 전통적인 혁명 방식이며 투쟁 기풍이다. 오늘 우리 당은 전체 인민을 100일 전투에로 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17일 조선중앙방송은 주요 사회단체들이 16일 전원회의를 열고 “150일 전투의 기세를 몰아 올해의 총공격전을 승리적으로 결속하기 위한 투쟁방안을 논의하고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전해 100일 전투는 이르면 16일 또는 17일 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가 150일 전투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자 새로운 카드로 100일 전투를 내세웠다고 해석했다. 북한 경제가 회복되려면 개혁과 개방이라는 근본적인 처방을 통한 질적 발전이 필요하지만 주민의 ‘노동력 쥐어짜기’를 통해 양적 성장을 노렸던 150일 전투는 시작부터 실패가 불가피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동당 중앙위는 “150일 전투 계획을 112%로 넘쳐 수행했다”고 밝혔지만 상세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올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5월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로 외부에서의 돈과 물자 유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생산시설 등 경제 기반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력을 강제 동원해 오히려 노동생산성은 떨어졌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지도부는 150일 전투를 통해 엘리트와 주민들을 통제하는 정치적 목적도 추구해 왔다. 올해 말까지 100일 전투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가 혼란스럽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100일 전투의 시작은 북한이 대외관계 개선과 함께 경제의 개혁과 개방을 시도했던 1990년대 초반 및 2002∼2003년 당시와 다른 길을 갈 것임을 증명했다. 북한 지도부는 당분간 주민들의 노동력을 총동원하는 1950년대식 경제운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처한 국내외 정치 경제적 여건을 감안할 때 100일 전투도 전망이 밝지 않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과 한국 등 주변국은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연말까지 100일 전투의 성과가 나올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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