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유엔분담금 좀 내주세요”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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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빈=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빈=연합뉴스
반기문 총장이 일정 바꿔가며 박근혜 전 대표 만난 까닭은

경제규모 비해 낮은 분담금 8월까지 1억달러이상 체납

“제발 유엔 분담금 좀 내주세요.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줬으면 합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이렇게 하소연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한나라당 안경률 유정복 김성태 김태원 의원과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을 방문하기 위해 빈에 들렀다. 반 사무총장은 IAEA를 비롯한 15개 주요 국제기구가 모인 빈국제센터(VIC) 설립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자 이날 오전 미국 뉴욕에서 빈으로 급히 왔다. 반 사무총장은 다른 일정을 조정해가면서 박 전 대표를 만났다고 한다.

반 사무총장은 특사단 가운데 김성태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이라는 것을 알고 “내년도 예산 배정 때 유엔 분담금을 꼭 배정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고 한다.

11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국은 유엔 분담금의 납부 순위가 19위다. 경제 규모가 한국의 4분의 1인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은 유엔에 연간 약 2억 달러를 내고 있다. 세계 각국이 유엔에 내는 분담금 전체의 2.1% 수준이다. 일본은 약 16.6%, 중국은 2.7∼3.1% 수준을 부담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분담금 체납액도 매년 늘고 있다. 반 사무총장이 취임한 2007년 1100만 달러였던 체납액이 지난해 7000만 달러로 크게 치솟았다. 올해 8월까지 체납액만 1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외교부는 올해 말까지 유엔 분담금 누적 체납액 및 2010년 신규 분담금(예상치) 2억 달러를 포함한 총 3억5000만 달러를 내년도 정부 예산에 반영할 것을 재정부에 요청했지만 아직 예산에 반영돼 있지 않다.

김성태 의원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이 부끄럽게도 유사한 경제규모의 국가들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의 분담금을 내고 있는데 체납마저 되고 있다”면서 “국제적 위상과 관련된 것은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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