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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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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 군포, 의왕시를 걸쳐 흐르는 학의천은 상류와 하류의 모습이 판이하다. 하류 4.5km 구간은 잉어가 서식하고 철새들이 찾아와 친환경적인 반면 상류 2.3km 구간은 콘크리트 홍수방지시설과 주민편의시설 위주다. 같은 하천임에도 상류와 하류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복원 주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하류는 안양시가 환경부 지원금을 받아 생태하천으로 복원했다. 상류는 의왕시가 경기도 지원으로 홍수재난 방지 위주로 공사를 벌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성장 및 환경정책이 부처 간 업무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각각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바람에 효율성이 떨어지고 예산 낭비도 심하다. 주관부처 논쟁에 휘말려 시작도 못한 정책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같은 하천을 두고 환경부는 ‘생태하천복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국토해양부는 ‘지방하천조성사업’으로 각각 추진하는 경우다. 둘 다 하천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2개 부처에서 각각 추진하다 보니 부산 수영강, 대구 신천 등 전국의 7개 하천에서는 개발사업이 중복 진행되고 있다.
환경부와 지식경제부가 논쟁 중인 탄소배출권거래소 운영도 비슷한 상황. 환경부는 지난해 한국거래소와 탄소배출권거래소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지식경제부도 지난해부터 전력거래소를 통해 한국전력 자회사와 모의거래를 시작했다. “거래 인프라에 파생상품 노하우까지 갖춘 한국거래소가 최적”이라는 환경부 주장에 지경부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에너지업체를 관리하는 곳에서 맡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반박한다.
각종 환경 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서 국가적 낭비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일본의 환경대국 진입을 가로막는 3대 복병’이라는 분석자료를 통해 “일본은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싸고 정부, 재계, 환경단체가 각각 자기주장만 하는 바람에 정책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며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책 중복, 혼선 등을 사전에 막아 정책 실천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무영 서울대 교수(건설환경공학)도 “환경정책은 같은 대상이라도 어느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국무총리실 등 조정권을 가진 곳에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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