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개성공단 터무니없는 요구 “임금 4배-땅값 31배 올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6월 12일 03시 03분



김영탁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앞쪽) 등 남측 대표단이 11일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마치고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귀환하고 있다. 파주=변영욱 기자
김영탁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앞쪽) 등 남측 대표단이 11일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마치고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귀환하고 있다. 파주=변영욱 기자
19일 개성공단서 3차회담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의 임금을 월 300달러로 인상하고 연간 임금인상률도 10∼20%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또 1단계 개성공단 터 330만 m²(100만 평)의 토지임대료를 5억 달러로 인상하고 2010년부터 평당 5∼10달러의 토지사용료를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11일 개성공단 내 남측 관리 지역인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에서 열린 남북 당국 간 2차 실무회담에서 이 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북한이 요구한 토지임대료 5억 달러는 개발사업자인 현대아산과 한국토지공사가 2004년에 이미 완납한 1600만 달러의 31배로, 평당 500달러를 기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근로자 임금 월 300달러는 최저임금에 사회보험료 등을 포함한 현재의 평균 임금 75달러의 4배이며, 연간 임금 인상률도 현행 5%에서 2∼4배 높이자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요구는 남측 입주기업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과도한 수준이며 협상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영탁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는 “임금인상 등의 문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통보한다고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북측도 자신들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향후 협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19일 개성공단에서 3차 실무회담을 갖기로 했다.
그러나 추가 회담에서 북측이 요구사항을 끝까지 고집할 경우 남측 기업들의 대규모 철수가 불가피하다. 또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통해 공단을 유지하려 할 경우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서 남측 대표단은 이날로 74일째 북한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근로자 A 씨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A 씨 문제는 개성공단의 본질적인 문제임을 강조하고 접견 및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A 씨가 개성 지역에) 별 탈 없이 잘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자국민 안전 확보라는 실익도 없이 북측의 요구사항만 받아들고 빈손으로 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 40분부터 약 50분간, 오후 3시부터 약 40분간 두 차례에 걸쳐 회담을 진행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이례적으로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 사실을 신속하게 보도하면서 북측이 개성공단에 노동자 숙소와 출퇴근 도로, 탁아소를 시급히 건설할 것을 남측에 촉구했다고 전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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