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현 상태로는 수용 못해”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4분


커크 USTR 대표 내정자 청문회… 외교부 “취임후 협의”

론 커크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장관급) 내정자는 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현재 상태는 공정하지 않다. 한마디로 이대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not acceptable)”고 밝혔다. 미국 무역정책을 총괄하게 될 커크 내정자는 이날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준청문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그렇게 말했고 나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임 정부(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협상과정에서) 비켜섰던(step away)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며 “그 (불공정) 상태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우리도 비켜설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는 2007년 4월 협상이 타결된 뒤 노동과 환경 분야에서의 ‘추가협의’를 요구해 이를 관철했다.

그는 “한미 FTA는 미국이 맺고 있는 다른 양자협정들 중에서도 가장 큰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믿지만 공정한 협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하고 싶다”고 했다.

또 청문회 전에 배포한 성명에서 “우리의 무역상대국들이 항상 법을 준수하는 것은 아니다”며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정부는 합의된 규칙에 따를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협상 열병(Deal Fever)’에 걸린 사람은 아니다. 인준을 통과한다면 협상을 위한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자유무역과 관련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의회의 비준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목표하는 바를 더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아직 그와 관련한 ‘기준(benchmark)’을 확정하지는 못했다”며 ‘불공정’을 바로잡을 구체적인 방식은 언급하지 않았다.

상원 재무위원장인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민주·몬태나주)은 “한국은 반드시 연령에 관계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그러고 난 뒤에야 한미 FTA가 광범위한 어젠다를 통한 양국 관계발전의 초석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외국 의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나온 발언을 놓고 정부가 특별한 언급을 할 수는 없다”면서 “커크 내정자가 취임하는 대로 한미 FTA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충분히 설명한 뒤 세부 이행 절차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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