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반대하면…” 대선 핵심공약 대운하 사실상 포기

  • 입력 2008년 6월 19일 21시 43분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대운하 포기 선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운하 반대 여론이 70%를 웃도는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고, 반대 여론을 단기간에 찬성으로 바꿔놓기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국토해양부는 대운하 연구용역을 중단하고 운하사업준비단도 해체키로 했다. 대운하를 추진할 힘과 의지, 조직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대운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만큼 대운하 추진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대운하는 대선 당시부터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올 들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현대건설 등 5개 대형 건설사와 대운하 간담회를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은 조직적으로 나타났다.

올 3월 대학교수 1800여명이 '대운하반대 교수모임'을 발족했으며, 5월에는 대운하 연구용역에 참여 중인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원이 "국토부로부터 대운하 반대논리에 대한 정답을 요구받고 있다"며 대운하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운하 반대 여론은 광우병 촛불 집회를 계기로 급속히 확산됐다. 촛불 집회가 반정부 투쟁 양상으로 바뀌면서 정부의 대선 핵심 공약인 대운하는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는 얘기다.

정부의 대운하 추진이 오락가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5월 들어 대운하 추진 논리로 물류 대신 치수와 환경을 내세웠다. 대운하 추진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셈.

국토부는 6월 들어 정부의 대운하 준비상황을 설명하며 다시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촛불'을 타고 확산된 반정부 민심은 정부 지지율을 바닥으로 떨어뜨렸고, 이날 이 대통령의 언급으로 대운하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국토부는 민간에서 사업 제안을 하더라도 접수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때문에 6개월 이상 대운하 사업 제안서를 준비해온 민간건설업체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S건설 관계자는 "사실상 대운하 사업이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면서도 "준비하던 보고서는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운하 추진을 주장해온 지방자치단체들도 많아 대운하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월 23일 영남권 지자체장들은 낙동강 운하 조기추진을 촉구한 바 있으며 여주시, 상주시 등은 자체적으로 대운하 준비를 해왔다.

한편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시범사업으로 올해 안으로 착공할 계획이었던 경인운하 사업에 대해 국토부는 "사업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 보고 의견수렴과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1995년 착공된 경인운하 사업은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2003년 공사가 중단된 뒤 현재는 '방수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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