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대통령 정국수습 뒷받침” 공세 자제키로
이상득 의원 17, 18일경 訪日… 귀국 늦어질수도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권력 사유화’ ‘정치일선 퇴진 촉구’ 등 이상득 의원을 겨냥한 당내 권력투쟁 양상에 대해 “시국이 어렵고 엄중해 우리가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가야 할 텐데 일부 의원의 ‘묻지마식’ 인신공격 행위와 발언들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안경률 의원을 만나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리는 일은 자제해야 된다”며 “국민의 바람은 한나라당이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과 어려운 정국을 풀어 가는 것인데 당내 문제로 힘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안 의원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려는 우리들이 성숙한 인격이 모자라는 것은 아닌지…”라며 당내 갈등을 촉발시킨 정두언 의원 등 일부 소장파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쇠고기 파동으로 국민적 불만이 팽배한 시점에 정 의원 등이 이 의원과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영준 전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 등을 겨냥한 비판을 계속하며 당내 분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비치고 있는 데 대해 엄중 경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민생도 어렵고 18대 국회 개원도 준비해야 하는 등 할 일이 산적한 때에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당의 단합과 쇠고기 정국 수습에 앞장서 주길 기대했던 소위 ‘측근’ 일부가 도리어 당내 갈등을 야기하는 듯한 모습에 이 대통령이 실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정 의원에 대해 ‘나하고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나한테 와서 말하면 되는 것을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토로한 일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 관해 비(非)고려대, 비영남, 재산 10억 원 미만을 찾으려니 쉽지 않은데, 당 쪽에서 ‘누구는 교체되고 누가 내정됐다’는 식의 얘기가 나온다. 이는 고심하고 있는 인사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이 의원 퇴진론을 주도한 정 의원은 이날 밤 당내 소장파 의원들과 모임을 갖고 후속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서 “대통령도 우리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이제 대통령의 정국수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정 의원 등 소장파들이 이 대통령의 정국수습 노력을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 의원을 겨냥한 퇴진 투쟁 등 추가공세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한나라당 내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한편 당내 소장파들로부터 2선 퇴진 요구를 받아 온 이 의원은 17, 18일경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이 의원 측은 “대일 무역역조 개선을 위해 경북 구미 포항에 일본 기업 전용 부품 소재 기업 공단을 설립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1월 이명박 당선인의 특사로 방일했을 때 일본 관계자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이 의원의 정계퇴진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쇠고기 정국과 대통령의 인적쇄신이 가닥을 잡을 때까지 정치와 떨어져 있겠다는 것”이라며 “내주 말 귀국할 계획이지만 상황에 따라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