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묻지마식 인신공격 걱정스럽다”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1분


홍준표 원내대표 “당내 분란행위 좌시않겠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왼쪽에서 네 번째)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권력 사유화’ 논쟁으로 불거진 당내 분란을 두고 보지 않겠다며 정두언 이상득 의원을 겨냥해 “해당 당사자들은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모 기자
홍준표 원내대표 “당내 분란행위 좌시않겠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왼쪽에서 네 번째)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권력 사유화’ 논쟁으로 불거진 당내 분란을 두고 보지 않겠다며 정두언 이상득 의원을 겨냥해 “해당 당사자들은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모 기자
“민생 어려운데…” 당내갈등 촉발 소장파에 우려

정두언 “대통령 정국수습 뒷받침” 공세 자제키로

이상득 의원 17, 18일경 訪日… 귀국 늦어질수도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권력 사유화’ ‘정치일선 퇴진 촉구’ 등 이상득 의원을 겨냥한 당내 권력투쟁 양상에 대해 “시국이 어렵고 엄중해 우리가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가야 할 텐데 일부 의원의 ‘묻지마식’ 인신공격 행위와 발언들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안경률 의원을 만나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리는 일은 자제해야 된다”며 “국민의 바람은 한나라당이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과 어려운 정국을 풀어 가는 것인데 당내 문제로 힘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안 의원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려는 우리들이 성숙한 인격이 모자라는 것은 아닌지…”라며 당내 갈등을 촉발시킨 정두언 의원 등 일부 소장파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쇠고기 파동으로 국민적 불만이 팽배한 시점에 정 의원 등이 이 의원과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영준 전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 등을 겨냥한 비판을 계속하며 당내 분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비치고 있는 데 대해 엄중 경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민생도 어렵고 18대 국회 개원도 준비해야 하는 등 할 일이 산적한 때에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당의 단합과 쇠고기 정국 수습에 앞장서 주길 기대했던 소위 ‘측근’ 일부가 도리어 당내 갈등을 야기하는 듯한 모습에 이 대통령이 실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정 의원에 대해 ‘나하고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나한테 와서 말하면 되는 것을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토로한 일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 관해 비(非)고려대, 비영남, 재산 10억 원 미만을 찾으려니 쉽지 않은데, 당 쪽에서 ‘누구는 교체되고 누가 내정됐다’는 식의 얘기가 나온다. 이는 고심하고 있는 인사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국 혼란이 수습과정에 있는데 일부 의원이 당내 분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행위가 계속되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대선 승리 후 2인자 행세를 하다가 지금 와서 대통령의 형을 물고 늘어지는 건 옳지 않다”고 정 의원을 겨냥했다.

이에 이 의원 퇴진론을 주도한 정 의원은 이날 밤 당내 소장파 의원들과 모임을 갖고 후속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서 “대통령도 우리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이제 대통령의 정국수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정 의원 등 소장파들이 이 대통령의 정국수습 노력을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 의원을 겨냥한 퇴진 투쟁 등 추가공세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한나라당 내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한편 당내 소장파들로부터 2선 퇴진 요구를 받아 온 이 의원은 17, 18일경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이 의원 측은 “대일 무역역조 개선을 위해 경북 구미 포항에 일본 기업 전용 부품 소재 기업 공단을 설립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1월 이명박 당선인의 특사로 방일했을 때 일본 관계자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이 의원의 정계퇴진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쇠고기 정국과 대통령의 인적쇄신이 가닥을 잡을 때까지 정치와 떨어져 있겠다는 것”이라며 “내주 말 귀국할 계획이지만 상황에 따라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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