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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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姜대표, 협의없는 정책발표 불만 표출
이날 회의는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 14명, 총리 및 장차관 20명, 대통령실장 및 수석비서관 6명이 참석한 매머드 급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공식적인 당-정-청 협의회가 없었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이런 회의체가 있었지만 대규모는 아니었다는 게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의 설명이다.
회의 초반은 화기애애했다. 한승수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오늘 회의는 선진일류국가 구현을 다짐하는 계기”라고 했고 강재섭 대표는 “(총리 공관에는) 과거 이회창 국무총리가 계실 때 와보고 10년 만에 와봐서 정권교체가 실감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곧바로 “한나라당이 여당이라고 무조건 정부 편을 들어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최근 혁신도시 논란, 학교 자율화 문제, 추경예산 편성 등 당정 협의가 안 된 정책들이 일방적으로 발표돼 혼란을 준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몰아붙였다.
이때부터 혁신도시, 교육자율화 등의 정책 발표가 당정협의 없이 이뤄진 데 대한 당 지도부의 불만이 여과 없이 표출되면서 회의장에는 적지 않은 긴장감이 흘렀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회의는 주로 당 측이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요구사항을 전달하면 한 총리가 “그렇게 하겠다”거나 “앞으로는 당정협의를 잘 거치겠다”며 정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강 대표는 특히 혁신도시와 관련해서는 “총선 전에 이런 것이 나왔으면 표가 많이 달아났을 것이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이러면 국민 신뢰가 떨어진다”(안상수 원내대표), “부자를 위한 정부와 당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전재희 최고위원)는 등 당 측 참석자 14명 전원이 돌아가면서 말 보따리를 풀었다.
이에 한 총리는 “정책 조정이 원만히 이뤄지지 못해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고, 류 실장도 “당-정-청 협의가 다소 소홀했던 것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