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초반 양당은 저마다 ‘개혁 공천’을 외치며 비리 연루자 배제 및 계파 안배식 공천 근절을 공언했다. 한나라당은 상당수 비리 연루자의 공천 신청서조차 접수하지 않았고 민주당은 이에 질세라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을 영입해 ‘칼날 공천’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공천이 진행될수록 원칙과 명분이 계파 갈등이라는 현실 앞에 조금씩 자리를 내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비리 연루자 공천신청 금지’ 당규를 놓고 계파 갈등이 벌어졌던 초기에 당 지도부와 공심위가 벌금형 전력자에 한해 공천 신청을 받아 주기로 타협할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결과이기도 하다.
결국 이 당 저 당을 옮겨 다닌 ‘철새’ 정치인과 비리 전력자, 당 징계자 등이 상당수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철새’와 ‘비리 연루자’ 중 누구는 공천을 해주고 누구는 탈락시킨 데 대한 명확한 기준도 보이지 않았다.
현역 의원은 128명 중 50명이 탈락해 39%의 물갈이 비율을 나타냈다. 17대 총선의 36.4%보다 조금 높은 수치지만 현역 물갈이 비율이 개혁의 잣대가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다선, 고령 의원이 대거 탈락했지만 이 과정에서 계파 안배와 실세 개입설이 나돌면서 탈락자들의 극심한 반발과 무소속 출마라는 진통을 피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호남 현역 의원 42% 교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탄돌이(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덕을 본 초선 의원)’ 재공천, 계파 간 나눠먹기, 공천 배제 불복이라는 3대 악재가 개혁 공천의 빛을 바래게 했다.
민주당의 개혁 공천은 박 공심위원장이 ‘금고(禁錮) 이상’ 형을 선고받은 비리 연루자 11명 배제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런 반짝 흥행은 며칠 뒤 ‘탄돌이’라 불리며 열린우리당의 몰락을 재촉한 수도권 초선 의원이 대거 재공천되면서 변질됐다. 서울 인천 경기지역의 경우 현역 의원 76명 중 69명이 공천을 받았다. 당 전체로는 공천 신청 당시를 기준으로 현역의원 141명 중 95명이 공천됐고 46명이 탈락해 현역 의원 교체율은 32.6%였다.
공심위가 기계적인 계량화를 추진하면서 ‘여론조사 경선’이란 방식을 선택한 탓에 정치 신인보다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결과가 잇따랐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