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후보자 사퇴]“불법은 없지만…” 여론 조기진화

  • 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부동산 과다 보유에 따른 투기 의혹을 받아 온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자진 사퇴했지만 통합민주당 측은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다른 각료 내정자들에 대해서도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4월 총선을 의식하고 있는 한나라당도 각종 의혹에 연루된 각료 및 수석비서관 후보자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 출범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기 진화로 가닥 잡은 이명박 대통령=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 측은 “문제가 없다”며 27, 28일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일부 후보자를 사퇴시킬 경우 의혹이 제기된 다른 후보자들에게 영향을 줘 ‘줄사퇴’ 압박이라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 측이 가장 신경을 쓴 대목은 여론의 향배다. 출범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경우 4월 총선은 물론 국정 운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것도 여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시간을 두고 살피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자구책’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이날 오후 부동산을 많이 보유했다는 것 자체가 위법이나 불법은 아니지만 국민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라는 점이 부각됐다고 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세였던 ‘위법이나 불법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 여론을 좀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 대신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악화할 수 있는 여론을 조기에 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

이 대통령 측은 이날 바로 후임 여성부 장관 인선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상 국무위원은 15명 이상이 돼야 하기 때문에 국무회의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후임을 결정해야 한다. 이 후보자의 사퇴로 현재 지명된 국무위원은 14명뿐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측은 후임 인선을 마친 뒤 국회에 다시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낼 방침이다. 이 당선인 측에서는 26일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통과―27일 청와대 직제개편안 국무회의 처리―28일 국무위원 임명 제청―29일 각료 임명 등의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최대한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임명에서 사퇴까지=이 후보자는 두 달여 동안의 각료 인선 작업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 대통령 측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통합되기로 했던 여성부가 살아날 가능성이 커지자 갑작스럽게 여성부 장관 후보를 찾아야 할 상황이 된 것.

이 대통령 측은 13일 모두 14명의 각료 명단을 사실상 확정했다. 당시 그의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18일 최종 각료 인선 발표에서 이 후보자가 여성부 장관 몫으로 국무위원으로 내정됐다.

결국 5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갑자기 발탁된 이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 측은 제대로 검증을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여성부 장관으로 내정된 뒤 바로 부동산 관련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24일 사퇴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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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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