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중심 국정운영… ‘경제외교형’ 선택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韓총리후보 지명 배경

다양한 국제무대 활동경험 높은 점수

국민화합 고려… 출신교-지역 안배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한승수 유엔기후변화특사를 새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로 공식 지명한 것은 경제 살리기를 핵심으로 하는 일 중심의 국정 운영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당선인은 14일 신년 회견에서 “정치적 고려나 총선을 염두에 두고 총리를 임명하는 일은 없다. 총리는 자원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할 일이 많다”고 선언한 데 이어 이날 지명 회견에서도 짧지만 분명하게 ‘한승수 카드’를 선택한 배경을 밝혔다.

이 당선인은 “(국회의원 외에도) 교수, 주미대사,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외교통상부 장관, 유엔총회 의장 등을 거쳐 다양한 국내외 경험과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있다”며 “경제를 살리고 통상과 자원외교를 할 수 있는 가장 적격자”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당선인은 4월 총선용으로 구상해 온 ‘박근혜 총리 카드’가 이달 초중순에 무산된 뒤 측근들로부터 한 특사를 천거 받고는 세계를 대상으로 한 다채로운 경력과 고령을 무색하게 하는 역동적 활동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들어 경북 포항과 고려대를 중심으로 하는 영남 인맥이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강원(춘천)-연세대 출신이라는 한 후보자의 이력도 부각됐다. 이 당선인이 이날 “새 정권이 지향하는 국민 화합 차원에서도 매우 적합한 인물이다. 내각도 화합적으로 (통할하고) 행정부와 의회가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는 데 적합한 후보”라고 평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 잇달아 요직을 거치면서도 정권과 별다른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던 그의 ‘정치적 유연성’도 당선인의 마음을 샀다는 후문이다. 이 당선인이 자신과 한 번도 일한 적이 없는 그를 선택한 배경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새 총리의 역할이 아무리 자원외교 등 독립적 임무 수행에 방점이 찍혔더라도 내각을 통할해야 하는, 그것도 새 정부의 첫 총리가 대통령과 최소한의 ‘정치적 호흡’을 나누지 못한 것은 약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韓총리후보 일문일답

“자원 위해 중동-러-阿까지 뛸것”

―당선인이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이 따로 있다고 했는데, 총리의 위상과 역할 및 자원외교에 대한 복안은….

“자원은 우리 경제에서 없어선 안 될 요소다.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전 세계를 누비면서 자원외교를 하고 있다. 당선인도 활동하겠지만 나도 열심히 자원 문제를 풀어나갈까 한다. 중동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러시아 등으로까지 자원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근무 전력과 외환위기 책임론 등 과거 이력에 대한 논란이 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우리 경제는 아주 우려스러웠다. 1980년에 ―3.9%의 성장률로 1960년대 이후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상황에서 서울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국보위 재무분과를 담당해 일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학자적 양심으로 안 갈 수도 있었으나 국가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가서 국가 위기를 풀려고 했다. 자세한 자료는 국회 청문회 때 제시하겠다.”

―미국발 금융 위기 등으로 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새 정부는 어떤 식으로 대응할 계획인가.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규제를 풀고 민간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면 어느 정도 극복될 것으로 본다. 민간 부문에서 혁혁한 업적을 세운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면 그 경력을 살려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한다.”

―언제 어떻게 총리 후보 내정을 받았나.

“24일 당선인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았고 이날 1시간 반 동안 점심을 함께하면서 국정철학에 대한 말씀을 듣고 뜻이 좋아 국정에 일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향후 내각 인선 방향은….

“일하는 내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내각이 됐으면 한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영상 제공 : 인수위, 편집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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