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자금 등 222억원, 이보라-에리카 김 계좌거쳐 증발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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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2002년 수사기록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41·수감 중) 씨가 횡령한 384억 원의 일부 또는 별도의 돈이 김 씨의 아내 이보라(37) 씨, 누나 에리카 김(43) 씨의 계좌 등을 통해 사라진 것으로 22일 드러났다.

검찰은 2002년 금융감독원 고발로 시작된 김 씨의 주가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이 씨와 에리카 씨를 상대로 입국 시 통보 및 출국금지 조치를 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1, 2002년 219억 원이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회사 자금에서 가지급금 명목으로 이 씨에게 지급됐으며, 3억 원이 에리카 씨 명의의 계좌로 송금된 뒤 사라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보라 219억 원 가지급 및 허위 공시=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2001년 10월 한 달 동안 옵셔널벤처스코리아 회사자금 중 219억 원이 이보라 씨에게 송금 또는 출금 방식 등으로 수차례 가지급금 명목으로 건네졌다.

이 과정에서 치밀한 자금세탁이 이뤄졌다. 회사 계좌에서 직접 인출된 돈은 이 씨가 직접 가져갔으며 계좌 거래를 통해 전달된 돈은 다른 돈과 한 차례 섞인 뒤 이체됐다.

당시 이 회사 이모(33) 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219억 원은 삼성증권 옵셔널벤처스 명의의 머니마켓펀드(MMF) 통장에 있던 돈”이라며 “이 계좌에서 직접 출금되거나 (일부는) 신한은행 회사 계좌로 한 차례 들어간 뒤 (이 씨에게) 지급됐다”고 진술했다.

일시에 수백억 원의 회사 돈이 당시 부장 직함을 가지고 있던 이 씨에게 가지급되자 직원들은 대표이사인 김 씨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기도 했다.

김 씨 부부가 미국으로 도피한 지 두 달 만인 2월 14일 용처를 알 수 없이 사라진 219억 원은 ‘투자계정을 통해 8개 회사에 180억 원을 투자했으며 출자금으로 39억 원을 지출했다’라고 허위 공시됐다.

▽에리카 씨 계좌로 3억 원=에리카 씨의 계좌로도 거액의 회사 공금이 들어간 뒤 ‘증발’됐다.

2002년 3월 금감원이 옵셔널벤처스코리아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기 직전, 김 씨는 직원 김모(30·여) 씨에게 대표이사 스티브 발렌주엘라의 계좌에서 3억 원을 빼내 외환은행 삼성역 지점에 개설된 에리카 씨 명의의 통장에 입금할 것을 지시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씨가 여권과 외국인 국적증명서를 위조해 만든 뒤 등기에 기재한 가공의 대표이사 스티브 발렌주엘라의 계좌는 해외 출금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에리카 씨 명의로 개설된 외국인 명의 은행계좌에선 외국에서 입출금 가능한 직불카드를 발행해 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무렵 김 씨와 에리카 씨가 사전에 긴밀하게 협의한 정황도 보인다.

2002년 1월경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자 미국에 있던 김 씨는 스피커폰으로 직원들에게 “한국이 나를 너무 싫어하는 것 같아 잠깐 피해 있는 것이니 안심하고 나를 따라오면 된다”며 “누나가 회사의 이사이니까 누나를 자주 보내겠다”고 말했다.

곧이어 에리카 씨는 회사에 종종 출근해 직원들에게 “외부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은데 회사는 건재하다. 지금까지 일하던 것처럼 일해 달라”고 격려했다.

그 후 3억 원은 에리카 씨의 계좌로 넘어갔으며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에리카 씨의 통장을 통해 외국에서 돈을 빼내 가기 위해 이체 지시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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