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신년 회견]끝까지 버텨 보자…미워도 다시 한번

  • 입력 2007년 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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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내외신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내외신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조급해 하지 말라. 길게 보고 시대정신을 움켜쥐고 있으면 살길이 생긴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동요하는 범여권 진영에 이 같은 ‘훈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야당은 노 대통령의 이날 회견이 대선 개입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막판에 올라와도 된다”=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자신의 지지도가 등락을 거듭했던 경험을 예로 들며 “지금 열린우리당 지지가 낮다고 모두 포기하고 떠나지 말라”고 말했다. 역대 대선에서 막판 선거 구도는 여야의 ‘일대일’ 구도로 수렴됐기 때문에 범여권 후보를 막판에 띄워도 해볼 만하다는 판단인 듯하다.

노 대통령이 “선거구도는 바뀔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권 내 친노(親盧)세력을 중심으로 ‘10월경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를 만들면 된다’는 시나리오가 무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6월까지 대선 후보를 뽑도록 돼 있는 한나라당 사정도 고려한 듯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만큼 경선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은 “(후보 간 차별성은) 사회복지, 민주주의, 인권 등 역사적 문제가 될 것이다. 차별성을 가지고 전선이 이루어지는 것이 도리다”는 말도 했다. 범여권 후보군의 선정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개입 논란=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 영향이 있고 없음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며 “준비해 온 정책이 제도화되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선에 관계없이 할 일은 하고 내일이 선거라도 부당하게 공격당하면 반드시 해명할 것이다. 여야 관계없다”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공방이 치열해질 대선 정국에서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방어’를 명분으로 야당 후보를 비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여권 후보를 도우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야당의 상황을 보고 뒤늦게 여권 후보를 결정하면 된다는 식의 발언은 ‘대통령 후보의 자질이 어찌됐든 당선만 되면 된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주는 사례라는 우려도 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임기 말 안정적 국정 관리에 전념해 달라는 국민 여론에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의 허물을 덮어 주고 도와 달라”는 등의 노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아 “대통령이 정권 연장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본격적인 사전 선거운동에 나섰다. 명백한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이다”라고 비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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