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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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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임기 도중 헌재 재판관을 스스로 사퇴한 전 후보자를 다시 재판관으로 기용한 뒤 임기 6년의 헌재 소장에 임명하려는 것이 헌법 규정과 정신에 맞느냐이다.
이것이 위헌이라는 논란이 일자 헌재 재판관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 절차도 밟아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현재 국회가 청문회 시한(최대 30일)을 넘김에 따라 대통령이 임의로 재판관을 임명해도 무방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 여권의 주장이다.
열린우리당은 전 후보자를 헌재 재판관에 임명하면 ‘재판관 중에서 헌재 소장을 임명한다’는 헌법 절차 문제가 해소되는 만큼 15일 본회의에서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헌법상 임기가 정해진 공직자를 중도 사퇴시킨 후 재임명하는 것은 위헌이라면서 노 대통령이 전 후보자를 재판관에 임명하면 즉시 헌법소원을 낼 태세다.
▽“차기 대통령 인사권 침해”=헌법학자들은 대체로 위헌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법 조문은 확대 해석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지만 국가조직과 권력에 관한 문제는 매우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게 다수 헌법학자의 논리다.
한수웅 홍익대 교수는 “대통령이 전 씨를 사퇴시켰다가 다시 헌재 재판관에 임명한다면 이는 차기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해당한다”면서 “전 씨를 임명하는 순간부터 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임기 5년인 대통령이 임기 말에 임기 6년인 헌재 재판관을 중도 사퇴시킨 뒤 다시 임명하면 다음 대통령은 임명권을 한 번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논리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말에 마음에 드는 재판관을 전부 사퇴시키고 다시 임명할 경우 헌재 재판관들은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임기가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재판 과정에서 대통령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처럼 악용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헌법의 재판관 임기 규정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영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이 전 씨를 재판관으로 놔둔 채 헌재 소장 임명동의를 구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전 씨의 임기를 연장시키려고 사표를 내게 해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헌재 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는 규정을 왜곡해서 임기를 연장하려고 한 것 자체가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김형성 성균관대 교수는 “전 후보자가 스스로 사표를 낸 뒤 6년 임기의 헌재 재판관에 다시 임명되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헌법이 이에 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헌법 정신에 안 맞는다”면서 “예를 들어 대법원장 지명 몫으로 3년을 지낸 뒤 대통령 임명 몫으로 다시 6년을 하면 총 9년의 임기를 할 수도 있는데 이는 헌재 재판관 임기를 6년으로 규정한 헌법 정신과 다르다”고 말했다.
▽“직권상정도 법 위반 소지”=열린우리당이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려는 것 자체도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헌법학자들은 지적했다.
허영 교수는 “인사청문회법 9조는 정당한 이유 없이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전 씨의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에 따른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직권상정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형성 교수는 “전효숙 헌재 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했지만, 이는 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위헌 논란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법적인 잣대로 흑백을 가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다.
임지봉 교수는 “직권상정의 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는 “헌재 재판관 공석 사태를 해결해야 할 국회가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법적인 영역으로 일을 떠맡기고 있다”며 “국회도 헌법 해석권이 있는 만큼 국회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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