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핵실험 영향 6자회담 재개…남녘 겨냥 아니었다"

  • 입력 2006년 11월 5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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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권력서열 제2인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민주노동당 방북단에 "그나마 핵 시험을 했기 때문에 6자회담이 (재개)된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김 상임위원장은 지난 3일 민노당 방북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핵은 미국의 제재와 압살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용'이지 결코 남녘 동포를 겨냥한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방북단의 일원인 노회찬 의원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노 의원은 "핵실험을 정당화하기 보다 핵실험이 미국과 협상을 위한 것이고, 향후 미국 태도에 따라 핵을 없앨 수 있다는 취지로 들렸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이어 "6자 회담이 순조롭게 되거나 우여곡절을 겪을 수 있지만 6자 회담의 장래는 금융 제재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면서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체면을 고려해야 한다면 스스로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노 의원은 전했다.

노 의원은 "이는 미국이 6자 회담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 동결계좌 중 위조지폐와 무관한 계좌들의 동결을 해제할 가능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북한이 위폐와 무관한 계좌들의 동결 해제를 미국에 비공식 요구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와 관련해선 김 상임위원장이 `인도적 대북지원 재개'라는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방북단은 해석했다.

노 의원은 "우리는 대북지원과 연계하지 말고 무조건 상봉을 재개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김 상임위원장은 '공동으로 노력해 보자'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당시 면담에 배석했던 박용진 대변인도 "김 상임위원장의 답변은 '상봉재개를 만나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정도였다"며 "이는 대북 지원을 포함해서 논의하자는 뜻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닷새간의 이번 방북에서 두 차례의 공식 회담 외에도 북측 민화협 관계자 등과의 비공식 면담을 통해 동북아 및 한반도 정세와 남북 관계를 주제로 매일 새벽까지 많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의 인도적 대북 지원 중단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민노당의 핵실험 유감 표명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유감을 드러냈다고 방북단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한 이 같은 이견 때문에 민노당과 교류파트너인 조선사회민주당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편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에서 노 의원의 가두연설을 거론, "미국과 남측 정부의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명연설이었다"고 극찬했고,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에 대해서도 "대단한 분"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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