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분당이 여당 비극의 원인"

  • 입력 2006년 10월 9일 1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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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은 9일 옛 민주당 분당 사태에 대해 "그것(분당)에 여당의 비극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하자면 산토끼 잡으려다 집안 토끼 놓친 격"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경향신문에 실린 특별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고 노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자로서 민주당의 전통과 정강정책을 충실히 지키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분당은 표 찍어준 사람들한테 승인 받은 적이 없고 표 찍어준 사람도 그렇게 바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열린우리당이건 민주당이건 비극은 결국 국민이 지원했던 당이 갈라서면서 시작됐다"며 "정당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천금같이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면이 부족해서 우리 정당 정치가 상당히 후퇴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이 분당 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현 여권의 위기가 분당에서 비롯됐고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노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어 DJ의 분당 관련 발언은 향후 범여권 정계개편 논의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유당 이래 양당정치가 제대로 돼왔는데 선거 때 표 얻었던 약속을 다 뒤집고 국민이 납득하지 않는데 갈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당사에서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비판한 뒤 "(참여정부는) 햇볕정책을 계승한다 해놓고 대북송금 특검을 했고, 특검만 하더라도 현 정부가 무리하게 강행해 수많은 희생을 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계획에 대해선 "북한의 핵실험은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위반하는 것으로 북한 핵실험은 동북아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한 뒤 "미국은 북한에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계좌 폐쇄)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고 북한과 주고받는 협상을 해야 한다"며 "북한은 BDA 문제가 늦어진다고 해서 핵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 특사론과 관련해 "특사는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아는 장관급이나 국무총리급 사람이 가서 현 정권의 업적이 되게 해야 한다"며 "나는 민족 장래 등 기본적 문제를 얘기하기 위해 방북하려 했는데 상황이 남도 북도 좋지 않아 못 가고 만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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