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싸움 하다 판 깰라… ‘北 유인’ 고육책

  • 입력 2006년 7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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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맞잡은 외교장관들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막한 제39회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과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왼쪽에서 세 번째), 아소 다로 일본 외상(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각국 외교장관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손 맞잡은 외교장관들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막한 제39회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과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왼쪽에서 세 번째), 아소 다로 일본 외상(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각국 외교장관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한국과 중국이 26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대신 8자나 9자 외교장관 회동을 추진하기로 한 목적은 북한을 ‘대화의 틀’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묶어 놓은 북한 자금 2400만 달러를 풀어 주지 않으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어 9자 회동에 응할 가능성도 낮다.

▽캐나다와 호주도 다자 회동에 적극적=당초 한국과 미국 일본은 회담의 동력을 이어나가기 위해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추진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에 6자회담을 깰 구실을 줄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나서 새로운 틀을 찾게 됐다. 6자회담보다 더 많은 국가가 모이면 북측에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

정부 당국자는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온다면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회동이 이곳에서 열리는데도 불참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백 외무상은 28일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의 양자회담에서 다자 회동 참석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 중국은 6자회담 참가국 중 북한을 제외한 5개국에 캐나다 호주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8자회동을 열 방침이다. 북한을 압박하면서 6자회담의 동력(動力)을 살려 나가기 위한 것이다.

캐나다와 호주는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에 들어가는 까닭에 8자 또는 9자회동에 적극 참여할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는 ARF 의장국 자격으로 다자 회동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자 회동에서 북한 핵 및 미사일 발사 문제를 풀 획기적인 해법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ARF를 계기로 만들어진 일회성 모임이므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떻게 할지 스스로 안다”=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6일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직후 일부 기자와 만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 북한에 전해지는 현금의 미사일 개발 전용 가능성에 대해 “모든 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문을 이행해야 하고 북한에 미사일 관련 자금과 기술이 건너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어떻게 경계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은 어떻게 할지 스스로 안다고 생각한다”며 남측의 현금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 26일 한중 외교장관 양자회담에서 리자오싱 부장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나자마자 포옹을 한 뒤 “5년은 젊어 보인다.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며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예비투표에서 1위를 한 것을 축하했다.

쿠알라룸푸르=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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