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3·1절 골프’파문]李총리 어제 일정 돌연 취소

  • 입력 2006년 3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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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3·1절 골프 모임 당시 동석한 기업인이 내놓은 돈을 놓고 내기 골프를 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이 총리의 거취 문제가 중대 고비에 접어든 분위기다.

그동안 이 총리 사퇴 유보론을 펴 왔던 여권 내에서는 10일 오후 들어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조금씩 확산됐다.

▽이 총리 외부 행사 돌연 취소=이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창립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1시간 전에 취소했다. 최병환(崔炳煥) 총리공보비서관은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가운데 대외 행사에 총리가 직접 참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이 총리의 거취 문제가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8일 저녁 당정협의 때만 해도 국정을 챙기는 데 강한 의욕을 보이던 이 총리가 예정된 행사 참석을 돌연 취소한 것은 심상치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이 총리는 10일 오전 내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 머물렀고 점심식사 후에는 강남구 일원동의 한 병원에 들렀다. 3일 전 갑자기 높아진 혈압 때문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그 결과를 놓고 상담을 받기 위해서였다. 안과에 들러 안경 도수를 조정하기도 했다.

▽여권 기류 바뀌나=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아침 한국경제과학연구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만사를 여론이라는 일시적인 ‘국민정서법’에 휘말려 사실 관계나 법 절차를 무시한다면 책임 있는 국정운영 방식이 아니다”라며 이 총리를 엄호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강연 직후 기자들에게서 이 총리의 거취 문제에 관한 질문이 쏟아지자 “난감한 상황”이라며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다음 주 초부터 소속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귀국하면 정리된 입장을 건의할 예정.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론이 너무 나빠져 이 총리를 계속 고집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견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 국가청렴위 등 사태 예의 주시=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3·1절 골프 모임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적인 조사 수준은 아니지만 민정수석실은 이미 이기우(李基雨)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등을 불러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공직자의 부패 문제를 전담하는 국가청렴위원회도 한 시민단체로부터 이 총리와 이 차관의 공무원행동강령 위반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곧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수위 높아진 야당 공세=한나라당의 공격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이날 당내에 ‘골프로비조사단’을 구성한 데 이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국회 교육위원회와 정무위원회를 소집하고 골프 참석자들 간의 전화통화 명세를 관계기관에 요구하는 한편 야 4당 공조를 통한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 등 총체적 대응을 해 나가기로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영남제분에 대한 부적절한 투자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교직원공제회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현장조사 후 △주식 투자 과정에서 외부 또는 윗선의 압력 여부 △미공개 정보의 이용 및 공모 여부 △영남제분 유원기(柳遠基) 회장의 시세 차익 실현을 공모하고 방조한 의혹 △이 총리와 부산 인맥의 커넥션 등 4대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또 “이 총리의 처남인 김모 부산상공회의소 감사는 이 차관과 부산고 선후배 관계이고, 김 감사의 부인 하모 씨는 유 회장과 부산의 한 대학원 최고국제경영자과정 동기생”이라며 이들의 연루 가능성도 제기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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