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아시아 인권포럼…“北 한해 4만명 영양실조로 숨져”

  • 입력 2006년 2월 8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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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인권포럼은 아시아 국가의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메콩 강 유역 인신매매 피해자 구출 프로그램을 운영한 아티 카푸어 캄보디아 수난여성지원행동 대표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6, 7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인권포럼은 아시아 국가의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메콩 강 유역 인신매매 피해자 구출 프로그램을 운영한 아티 카푸어 캄보디아 수난여성지원행동 대표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제1회 ‘아시아인권포럼’이 6, 7일 이틀간 고려대 국제관에서 ‘아시아 지역의 아동 노동과 인신매매’를 주제로 열렸다. 이 포럼은 아시아인권센터(이사장 윤현·尹玄), 영국의 국제반노예연대, 동아일보 부설 21세기평화연구소, 고려대 국제대학원 등이 공동 주최했다. 위띳 문따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에드워드 리드 아시아재단 대표, 김학준(金學俊) 동아일보 사장, 김정호(金廷鎬)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등 아시아 9개국 인권전문가 및 인권단체 활동가,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 관계자, 대학생 등 200여 명이 포럼에 참석해 아시아의 인권 상황과 해결책을 논의했다.》

허만호(許萬鎬) 아시아인권센터 소장은 개회사에서 “아직도 인권을 서구적인 것으로 비판하고 아시아적 가치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아시아 차원의 인권보호 체계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따폰 보고관은 기조연설에서 “세계화의 부정적 측면으로 인신매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사법기관과 비정부기구(NGO), 지역사회가 능동적으로 인신매매를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신매매, 노동 착취…위기의 북한 아이들=문따폰 보고관의 사회로 진행된 제2세션에서 노마 강 뮤코 국제반노예연대 교육담당자는 “북한의 기아와 경제위기가 어린이들에게 파괴적 영향을 미쳐 매년 4만 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와 이에 따른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아는 (북한 주민의) 중국으로의 대이동을 불러 왔고 이에 따른 가족 해체가 일상화됐다”며 “중국에 있는 북한 아이들은 언제 송환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정상적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제결혼 형식으로 팔려가는 북한 소녀들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탈북 여성들이 400∼1만 위안(약 5만∼120만 원)에 중국의 농촌 남성에게 팔려가고 있으며 이것도 일종의 인신매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의 참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강제송환 중단 △송환자에 대한 처벌 완화 △유엔 특별보고관의 북한 입국 허가 △국제 사회의 지속적 문제 제기 등을 촉구했다.

▽인신매매 척결을 위한 연대 필요=제1세션은 태국 필리핀 네팔 인도 등 각국 NGO 대표 및 실무자들이 아동 노동 실태와 문제점을 보고했다.

인도의 부완 리부 세이브더차일드후드 재단 대표는 “인신매매 피해자의 강제노동 가치는 316억 달러(약 31조6000억 원)에 이른다”면서 “값이 쌀 뿐 아니라 착취에 조직적으로 항거할 수 없는 아동에 대한 노동 수요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3세션에서는 아동과 여성 인신매매 방지 대책이 논의됐으며 동남아 인신매매 피해자 구출 및 회복 프로그램의 성과가 소개됐다.

세베리노 가나 주니어 필리핀 검찰차장은 “2003년 반인신매매법이 제정된 뒤 특별대응팀을 구성하고 인신매매 사범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메콩 강 유역 인신매매 피해자 구출 프로그램을 운영한 아티 카푸어 캄보디아 수난여성지원행동 대표는 “일회성 지원활동보다 ‘예방-구출-사회 복귀’의 전 과정을 거쳐 한 사람이라도 지속적으로 도와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앞장서야=참가자들은 과거사에 발목 잡힌 일본, 인권 후진국인 중국과 달리 국제적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한국이 아시아 인권 문제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드 아시아재단 대표는 “한국이 아시아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연대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너선 브래그브러 국제반노예연대 아동노동 프로그램 담당자는 “이번 포럼을 통해 한국이 아시아 차원에서 인권 옹호를 위해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 인권센터 소장은 “이번 포럼에 참가한 각국 시민단체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백서 발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따폰 유엔 북한인권보고관 “北, 조사단 입국 허용을”

“북한에 대해 최대한 공정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하고 싶습니다.”

제1회 아시아인권포럼 참석차 방한한 위띳 문따폰(태국·사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하면서 정확한 인권 실태 파악을 위해 북한 측에 조사단의 입국 허용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북한을 공식 명칭인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로 지칭하며 ‘공정한 시각’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따폰 보고관은 유엔 산하기구, 비정부기구(NGO), 탈북자 인터뷰 등을 통해 파악된 북한 인권의 현주소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식량난으로 여성과 아이들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빠져 있고 국경지대에서 인신매매가 만연하고 있다”며 “북한은 장애인 보호법을 제정했지만 장애인들은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격리돼 있다”고 밝혔다.

탈북자의 난민 지위 인정도 관심사다. 그는 “식량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탈북했지만 강제 송환될 경우 처벌이 두려워 돌아가지 못하는 북한 사람들을 난민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의 인권 관련 국제협약 준수 △난민 처벌 금지 △수용소 환경 개선 및 법치 확립 △난민 보호를 위한 국제단체 지원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따폰 보고관은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유엔에 제출할 보고서에서 북한 소외 계층의 인권 실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그는 한국이 주변국의 인권 상황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나 인신매매 피해자가 한국에 입국하거나 한국을 거쳐 제3국으로 갈 수 있어 한국도 국제인권문제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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