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남편 얼굴이라도…정부에서 도와줄 수 없나요”

  • 입력 2006년 1월 28일 03시 02분


코멘트
이봉조 통일부 차관이 27일 납북 어부의 부인인 양정자 씨를 찾아 위로하고 있다. 이 차관은 “정부가 납북자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통일부
이봉조 통일부 차관이 27일 납북 어부의 부인인 양정자 씨를 찾아 위로하고 있다. 이 차관은 “정부가 납북자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통일부
“죽기 전에 남편 얼굴 한번 보게 해 주세요.”

27일 오후 경기 안산시 월세 집에서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을 맞은 양정자(65·여) 씨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양 씨의 남편은 1975년 8월 7일 오징어를 잡기 위해 천왕호를 타고 강원 주문진항을 떠났다가 납북된 최욱일(67) 씨.

이 차관은 생활이 어려운 납북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양 씨를 찾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납북자 가족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 직원들은 이날 납북자 단체의 추천을 받아 선정한 28가구를 위로 방문했다.

대부분의 납북자 가족처럼 양 씨 역시 이산의 아픔 못지않은 생활고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남편이 납북된 뒤 30여 년간 막노동을 하며 1남 3녀를 혼자 키웠다. 그는 요즘도 하루에 1만 원을 벌기 위해 막일을 한다.

양 씨는 이 차관에게 남편의 사진을 꺼내 보이며 “죽을 때 죽더라도 남편을 만나 ‘이렇게 자식들을 잘 키웠다’고 하소연 한번 하고 싶다”며 “지금까지 온갖 고생을 다했는데 죽을 때는 편안히 죽을 수 있게 해 달라”며 국가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다음 달 열리는 제7차 적십자회담에서 납북자 생사확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납북자 가족을 지원하는 데 소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어 “납북자 가족과 귀환 납북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법 제정 전이라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