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6년 1월 26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미대사관이 한국을 방문했던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과 한국 정부의 북한 위조지폐 관련 협의 내용을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자 외교부가 25일 “사실과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하면서 ‘진실 게임’으로 번진 것.
경위는 이렇다. 미 단속반은 23일 오전 외교부, 오후 재정경제부 관계자들과 실무협의를 했다. 미 단속반은 외교부 쪽에는 주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정보를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오후에 재경부 관계자를 만나서는 테러단체로 흘러가는 자금을 차단하려는 국제적 노력에 한국이 동참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충돌은 한국 정부가 미 단속반과 재경부의 협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반면 미 대사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낱낱이 밝히면서 비롯됐다.
미 대사관 측에 따르면 미 단속반은 북한 정부 주도의 불법 활동임을 명시적으로 밝히면서 범죄 세력을 재정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힘써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태도는 모호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은 내외신 기자들에게 “외교부와는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만 말했고 외교부 당국자는 “재경부에 물어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작 재경부는 입을 닫았다.
외교부는 언론 보도가 비판적으로 나간 25일에야 “미 측 보도자료는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침소봉대했는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외교부 내의 엇박자도 문제다. 이날 아침 외교부의 한 간부는 평화방송에 출연해 “미 대사관이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을 시인하고 사과했다”고 밝혔지만 다른 고위 당국자는 외교관례를 들어 한사코 ‘사과’ 부분을 확인해 주지 않았다.
정부가 명쾌하게 사태를 정리하지 못하는 반면 미 대사관은 “24일의 보도자료에서 밝힌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애초의 발표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회의 파트너인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도 없이 불쑥 보도자료를 낸 미 대사관이 외교적 결례를 범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숨기기와 뒷북치기로 한미 갈등만 키운 정부의 태도는 더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윤종구 정치부 jkma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