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안건 일사천리 “땅… 땅”…‘반쪽 국회’로 막내려

  • 입력 200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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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한나라 의석12월 30일 국회 본회의장의 한나라당 의석이 텅 비어 있다. 이날 국회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김동주  기자
텅 빈 한나라 의석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장의 한나라당 의석이 텅 비어 있다. 이날 국회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김동주 기자
2005년 국회가 12월 30일 한나라당의 불참 속에 20건의 법률안과 동의안을 2시간 반 만에 통과시키고 막을 내렸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가칭) 등 4당이 참석해 진행된 이날 본회의는 상임위별로 법안에 대한 제안설명에 이어 표결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14번째 법안인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표결에 이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민노당 소속 의원 9명은 천영세(千永世) 의원단 대표의 파병연장안 부결을 호소하는 반대토론 직후 일제히 퇴장했다. 당시 재석의원수는 재적과반수(150명)를 겨우 넘는 상황이어서 추가 퇴장이 있을 경우 의결정족수 미달로 자동 부결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이어 민주당 손봉숙(孫鳳淑) 의원과 열린우리당 임종인(林鍾仁) 의원의 반대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임 의원은 “이라크를 침공해 수많은 사람을 죽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세계의 제왕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158명 중 찬성 110, 반대 31, 기권 17명으로 파병연장 동의안이 가결됐다. 여당 의석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날 본회의에서 국회는 지방세법 개정안 중 담배소비세를 7월 1일부터 현행 641원에서 772원으로 131원 인상하는 내용을 삭제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당분간 담뱃값이 추가 인상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회는 이 밖에 1월 출범할 방위사업청의 모법(母法)인 방위사업법안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해 △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 등 4개 기초단체를 폐지하고 제주도를 광역자치체제로 개편하는 내용의 제주도 행정체제 특별법안도 처리했다.

법안 표결에 앞서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실종된 것이다. 권리와 이익을 법에 의해 보호받으려 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쟁취하려고 하는 것은 대단히 큰 문제”라며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본회의에 불참한 한나라당은 국회 브리핑실에서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파문과 관련해 “현 정부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황 교수가 김선종 연구원에게 돈을 건네는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직원이 개입한 데 대해 “돈의 출처 등 모든 의혹이 밝혀져야 한다. 서울대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국정조사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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