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행정 공유 시스템 ‘공무원 귀에 경 읽기’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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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년 전에 만든 행정정보 공유 시스템의 운영 실태를 보면 ‘공복(公僕)’을 자처하는 공무원들이 진심으로 국민에게 봉사할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행정자치부는 18일 “74종의 행정정보에 대한 공유 시스템을 2007년 12월까지 갖추겠다”며 대대적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02년 11월 구축한 24종의 행정정보 공유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했으면 발표 이전부터 국민이 행정기관에서 받아서 다른 행정기관에 내는 민원서류의 83.7%를 줄일 수 있었다.

행자부는 당시 시군구나 읍면동 사무소의 민원담당 공무원이 민원서류를 제출받는 대신 정보 공유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정보접근권을 주고 법령과 사무지침까지 정비했지만 이 시스템은 ‘먹통’이나 마찬가지였다.

국민이 다른 행정기관에 가서 받아오는 민원서류의 내용은 공무원이 전산망에서 2분 정도면 확인할 수 있는데도 민원창구의 직원들은 눈감아 버렸다.

인터넷에서 민원서류 위변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이 때문에 민원서류 발급을 전면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국민은 계속 행정기관을 오가야 했을 것이다.

공무원으로서는 자신의 업무가 늘어나는 일이라 꺼렸을 것이다. 민원인을 위해 서류를 출력할 경우 공무원의 이름을 서명해야 하고 서류에 하자가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점을 부담스러워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해 일을 해야 하고, 누구의 돈으로 월급을 받는지를 망각해 버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자세로 국민은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행정기관을 돌며 서류를 받고 내야 했다.

고객을 왕처럼 모시지 않으면 곧바로 퇴출될 만큼 경쟁이 치열한 민간 업계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는 민원담당 공무원이 행정정보 공유 시스템을 통해 확인해야 할 민원서류를 법령에 명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새 제도가 제대로 실시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수시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가 ‘채찍’을 꺼내들기 전에 일선 공무원 스스로가 민원인의 불편을 생각했더라면 좋았을 일이다.

하종대 사회부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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