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신건씨 사전영장…DJ정부시절 도청 주도적 개입

  • 입력 2005년 11월 1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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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林東源), 신건(辛建)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14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국정원(옛 국가안전기획부)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이날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임, 신 전 원장에 대해 도청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가 정보기관 수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기부가 선거에 개입했던 이른바 ‘북풍(北風)’ 사건과 관련해 영장이 청구됐던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 이후 처음이다.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황교안(黃敎安) 2차장은 “국정원의 최고 책임자였던 이들은 도청을 근절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장기간에 걸쳐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도청을 하는 데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국정원의 감청 담당 부서인 8국에서 올라온 도청 정보를 매일 보고받은 것은 물론 감청장비 운영 지침 제정을 승인하거나 특정 인사의 통화를 도청하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신 전 원장이 전직 국정원 간부들에게 “검찰에서 도청을 시인한 진술을 번복하라”며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김은성(金銀星·구속 기소) 전 국정원 2차장은 검찰이 임, 신 전 원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기에 앞서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임, 신 전 원장이 도청 내용을 매일 보고받았으며 특정 사안과 관련해 도청을 독려하는 지시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정치인 등 내국인과 관련된 통신첩보는 대부분 원장보고용인 A급 첩보로 분류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에 10여 건의 통신첩보가 나에게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각종 국내 현안 관련 내용이었다”면서 “국내 현안 가운데 절반 정도는 원장에게도 보고됐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홍석현(洪錫炫) 전 주미대사를 16일 피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삼성그룹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의혹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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