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담 대법관 퇴임식서 “반성합니다”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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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몸담았던 법원을 떠나면서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에 권력에 맞서 사법부 독립을 외쳤어야 했는데 침묵했던 것이 가장 부끄럽습니다. 용서를 구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유지담(柳志潭·사진) 대법관이 임기 6년을 마치고 10일 퇴임하면서 통렬한 ‘자기반성’을 했다.

그는 “정작 사법부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여야 할 때는 ‘사법권 독립’ ‘재판의 권위’라는 명분으로 외면했고, 사법부의 집단이익을 꾀하려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 움직임이 있을 때도 그냥 동조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다는 자만에 빠져 법관으로서 확고한 신념이나 목표 설정이 없이 사소한 일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인사 때마다 일희일비하면서 소외 당하지 않기 위해 때로는 소신도 감춰가며 요령껏 법관 생활을 했다”고 반성했다.

유 대법관은 끝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던 그릇된 유산을 청산하고 진정 국민을 섬기는 법원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새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법부가 탄생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법관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는 윤재식(尹載植) 이용우(李勇雨) 대법관도 함께 퇴임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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