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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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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8월 5일 김승규 국정원장이 DJ 정권의 도청 사실을 밝힌 이후 DJ 측과 노무현 대통령 측 사이에 벌어졌던 ‘진실게임’은 “DJ 정권 때도 도청이 자행됐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우리는 도청 고백 이후 여권 내에서 “정치 감각이 없다”는 비판까지 들었던 김 원장이 국정원의 직원들에게 진실을 털어놓도록 설득한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
반면 부인(否認)으로 일관한 DJ와 전직 국정원장들은 대(對)국민 사죄는 물론이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도청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할 DJ는 “하지도 않은 일을 뒤집어씌운다”며 병원에 입원했다. 이종찬 천용택 임동원 신건 씨 등 당시 국정원장들은 김 원장을 찾아가 조사 중단 압력을 넣기도 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도청문건을 폭로한 2002년 10월 “국정원이 도청을 했다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던 신 전 원장은 김 원장의 8월 발표 이후에도 “국민의 정부 시절 불법 도청은 없었다”고 거듭 잡아뗐다. 그는 본보가 ‘국정원 과학보안국(8국) 직원들이 휴대전화 도청장비를 차에 싣고 서울 시내를 돌며 도청했다’고 보도하자 명예훼손 소송을 내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이런 혼란을 초래한 데는 현 정권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일부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노 대통령까지 나서서 “(DJ)정권이 책임질 과오는 없었다”며 무마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도청은 근절돼야 할 중대 범죄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도청의 실체와 도청을 하도록 만든 ‘구조적 요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 및 관련자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새 출발은 진실과 반성 위에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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