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년 도청문건' 국정원 "우리가 작성"

  • 입력 2005년 9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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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당시 폭로된 문건2002년 11월 말 한나라당이 국가정보원의 도청 자료라며 공개한 기록의 일부. 한나라당의 정형근 의원과 김영일 당시 사무총장은 그해 대선 정국에서 국정원의 도청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으나 실체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2년 당시 폭로된 문건
2002년 11월 말 한나라당이 국가정보원의 도청 자료라며 공개한 기록의 일부. 한나라당의 정형근 의원과 김영일 당시 사무총장은 그해 대선 정국에서 국정원의 도청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으나 실체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가정보원 직원과 일부 간부들이 2002년 대통령 선거 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과 김영일(金榮馹) 당시 사무총장이 ‘국정원의 도청 자료’라고 주장한 문건을 실제로 국정원이 작성한 사실을 검찰에서 자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은 정치인, 언론인 등의 민감한 통화 내용을 담고 있어 여야 간 치열한 정치 공방의 대상이 됐으며, 당시 국정원 측은 도청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25일 국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불법 감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최근 국정원 실무 직원 등 20여 명을 조사하면서 이 같은 진술을 받아냈다.

이들 국정원 직원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인 2000년 4·13 총선을 전후해 유선중계통신망 감청 장비인 ‘R-2’를 이용하여 일반 전화 및 이와 연결되는 휴대전화를 영장 없이 불법 감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검찰 수사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국정원 직원들의 이 같은 진술은 김승규(金昇圭) 국정원장의 강력한 권유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은 9월 초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국정원 실무 직원들을 대상으로 불법 감청에 관한 과거의 진상을 소상히 적어 내도록 권유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진실을 숨김없이 고백하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직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정원 직원 20여 명이 추석 연휴 전후에 자신이 관여한 불법 감청 사실을 자술서에 적어 국정원에 냈으며 이후 검찰에 출두해 이 같은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실무 직원들은 특히 2002년 대선 전 정형근 의원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국정원의 도청 자료”라며 폭로한 30여 개 문건을 자신들이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실무 직원들이 이같이 진술하자 당시 국정원에서 감청 업무를 담당했던 국장과 간부급 직원 2, 3명도 이 사실을 검찰에서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조만간 이종찬(李鍾贊) 천용택(千容宅) 씨 등 전직 국정원장들을 소환해 불법 감청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와 도청 내용을 보고받았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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