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문으로 두발 잃은 탈북자 태국서 호소

  • 입력 2005년 9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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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을 절단한 박모 씨(앞)와 함께 탈북한 아들(뒷줄 왼쪽). 박 씨는 의족을 하고 힘든 여정을 견뎌야 했다. 사진 제공 피랍탈북인권연대
두 발을 절단한 박모 씨(앞)와 함께 탈북한 아들(뒷줄 왼쪽). 박 씨는 의족을 하고 힘든 여정을 견뎌야 했다. 사진 제공 피랍탈북인권연대
“걸어서 못 가면 기어서라도….”

북한 당국의 고문 후유증으로 두 발을 잘라낸 탈북자가 천신만고 끝에 중국과 미얀마를 거쳐 태국에 도착해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랍탈북인권연대는 3월 이 단체에 편지를 보내 한국행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 박모(41·여) 씨가 아들 이모(19) 군과 함께 9일 태국에 입국했다고 21일 밝혔다. 박 씨 모자는 태국 입국 직후 난민 신청을 했으며 현재 방콕 이민국에서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2000년 아들과 함께 탈북해 중국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에서 지내다 2003년 12월 아들을 자신이 일하던 식당에 맡기고 한국행을 위해 중국 네이멍구(內蒙古)로 이동하던 중 중국 공안에 체포돼 2004년 1월 북송됐다.

그는 함경북도 온성군 보위부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보위부원들이 동상을 입은 발을 쇠꼬챙이로 쑤시고 족쇄를 채워 큰 상처를 입었다. 그는 북송 한 달 만에 치료를 위해 출감한 뒤 2004년 9월 다시 중국으로 탈출했다.

중국에 있던 아들과 만난 박 씨는 올해 2월 중국에서 썩은 두 발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의족을 한 채 몽골로 탈출을 시도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자 중국 윈난(雲南) 성 쿤밍(昆明) 시에서 30여 년 전 북송된 재일동포 박모(53·여) 씨, 탈북자 장모(38·여) 씨 등과 함께 미얀마, 라오스를 거쳐 태국에 도착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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