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현대와 다시 손잡을지는 미지수

  • 입력 2005년 9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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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6일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최근 고조돼 온 현대그룹과 북측의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한이 이날 16차 남북 장관급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통해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경질은 섭섭하지만 현대와의 사업은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를 현대에 보낸 것은 정부의 중재 노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측과 현대와의 갈등은 지난달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 부회장의 개인 비리를 문제 삼아 경질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 뒤로 현대와 북측의 기 싸움이 계속 확대되자 정부도 더는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정 장관은 14일 “금강산 관광은 정부의 희생과 국민의 세금이 들어 있다”며 현대와 북측 간의 갈등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장관은 15일 평북 향산군 묘향산에 있는 국제친선전람관을 방문할 때 북측 단장인 권호웅(權浩雄) 내각책임참사와 같은 승용차에 탑승해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장시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현대와 금강산 관광을 추진해 온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이종혁 부위원장과 현 회장이 곧 만나 금강산 관광에 관해 논의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그 직후였다.

그러나 양측이 서로에 대한 감정의 앙금을 말끔히 털고 금강산과 백두산 등의 관광사업에 관해 다시 손발을 맞출 수 있을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무엇보다 북측은 최근 롯데에 개성 관광사업을 제안함으로써 그동안 현대가 독점해 온 대북관광사업을 다른 기업에도 줄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관광사업의 수익성에 눈을 뜬 북측이 현대의 자금력을 미덥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 문제는 결국 금강산 사업이 양측에 모두 수지가 맞는 상황이 돼야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편 정부의 이번 개입을 계기로 일단 대북사업을 크게 벌려 놓으면 위기에 처해도 정부가 도와줄 것이라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인식을 대북 경협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갖게 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민간의 대북 경협 사업은 민간에 맡겨 둔다’는 게 정부의 기본 원칙”이라며 “하지만 대북 경협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현대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만큼 이번은 예외적으로 정부가 개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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