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朴 회담’ 앞두고 치열한 수읽기

  • 입력 2005년 9월 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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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일경으로 예상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단독 회담을 앞두고 두 진영 사이에 치열한 ‘두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정국의 향배를 가를 이번 담판에서 양측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가. 상호 탐색 기류와 관전 포인트 등을 짚어 본다.》

○ “만나보면 달라질 것”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은 4일 회담 의제에 대해 “(대통령의 ‘깜짝제안’ 등을) 예단할 수 없다. 두 사람이 만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경계를 그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역주의의 낡은 정치유산을 극복하자는 큰 차원의 동의를 어느 정치인인들 버리고 갈 수 있겠는가”라며 연정론이 명분상 우위에 있음을 강조했다.

박 대표가 제기할 경제 살리기 이슈에 대해서도 이 실장은 “국정 제1의 과제가 경제와 민생이 아닌 정부는 있을 수 없다. 2차로 발전시켜 가야 할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밝혀 노 대통령이 이 같은 논리로 박 대표의 경제 이슈에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실장은 이어 “부동산 정책과 국민연금 등에 대해선 서로의 공통점이 나올 수 있다. 정기국회에서 법제화할 수 있는 내용이 어떤 것이 있는지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고 말해 경제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도 마련 중임을 시사했다.

○ 한나라당의 ‘깜짝 카드’는

박 대표가 거꾸로 의외의 카드를 들고 나올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이슈를 선점하지 못한 채 노 대통령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국민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설득력 있는 이슈를 제기하면 이번 회동이 자신과 야당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해 몇몇 핵심 측근을 통해 당내 의견을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초당적 경제협력기구 구성 제의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카드가 그렇게 신선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당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성급하게 회동 제의를 수락해 ‘연정 불지피기’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의 한 의원은 “5일 의원총회가 시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 측은 이에 “연정과 관련된 모든 논의를 끝내기 위해 회동 제의에 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개헌 논의 나올까?

이 실장은 이날 개헌 문제 대해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회담에서 개헌 문제가 의제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연정론에 대한 박 대표의 단호한 거부가 오히려 개헌 논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 회담으로 연정론이 물 건너가면 권력구조 변화 논의로 급류를 타던 정치권의 관성에 따라 개헌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벌써 열린우리당 김영춘(金榮春) 의원 등이 조기 개헌 논의의 불을 지피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슈를 선점하자는 차원에서 조기 개헌 논의를 주장하는 소장파들이 있다. 회담을 준비 중인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회담에서 개헌 얘기를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박 대표가 어떻게 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박 대표는 수첩을 들고 갈까?

한나라당은 배석자를 둘지, 둔다면 누구로 할지와 대화록 공개 수위에 대해서도 면밀히 따지고 있다. 청와대가 회담의 형식에 대해 원칙적으로 한나라당에 일임하고 있기 때문.

일단 한나라당은 배석자를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대변인보다는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대화록도 전체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갖가지 억측이 난무할 수도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고민. 그러나 과거 여야 영수회담에서 대화록 전체가 공개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박 대표가 ‘수첩’을 들고 참석할지를 놓고도 설왕설래가 있다. 열린우리당 한 의원은 “과거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는 영수회담 때 노란 서류봉투를 들고 가 그대로 읽는 바람에 서로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회담이 됐다”며 제한 없는 대화를 주문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노 대통령에게 휘말리지 않도록 합의문 초안을 미리 만들어 갖고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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