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盧心’ 칼을 잡다…천정배 법무장관 취임

  • 입력 2005년 6월 30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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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천정배 신임 법무부 장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과천=박영대 기자
29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천정배 신임 법무부 장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과천=박영대 기자
천정배(千正培) 신임 법무부 장관이 29일 취임했다. ‘천정배호(號)’에 대한 검찰 안팎의 관심은 비상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검찰 개혁’ 구상을 잘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탁됐다. 천 장관 본인의 개혁 의지도 강하다.

천 장관은 취임사에서 “국민에 의한 건전한 견제가 가능하도록 모든 분야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해 ‘국민 참여에 의한 검찰 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검찰 변화 불가피=천 장관은 2004년 7월 초 강금실(康錦實) 당시 법무부 장관의 경질설이 돌 때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개혁한다면서 1년을 맡겨 두었는데 그동안 무슨 성과가 있었나. 시끄럽기만 했지.”

천 장관의 향후 움직임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여권이 추진 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다.

천 장관은 2003년 법무부 국정감사 때 공수처 설립 등을 내용으로 한 ‘검찰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2004년 6월 18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엔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줘야 한다는 ‘강성 발언’도 했다.

28일 개각 발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국회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천 장관은 2004년 12월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정치생명을 걸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매진하겠다”고 말했고, 국보법의 연내 처리가 무산되자 원내대표직을 물러났다. 3월 30일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는 “왜 검찰은 과거사 청산에 소극적이냐”고 비판했다.

▽자서전으로 본 천 장관의 검찰관=천 장관의 검찰관은 정치권 입문 직전인 1996년 3월 출간한 자서전 ‘꽁지머리를 묶은 인권변호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천 장관은 “사법연수원 성적이 3등이었지만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주는 임명장을 받을 수 없었다”며 판검사 임용을 포기했다고 썼다.

천 장관은 인권변호사 시절 해고 노동자의 변론을 맡았을 때 대학 동기인 공안검사가 “왜 그런 불순 세력들 하고 어울리는 거야. 이제는 앞길도 좀 챙기게”라고 충고하는 데 대해 “자네는 출세해서 좋겠어”라고 대답했다고 소개했다.

검찰이 과거사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실었다. 천 장관은 1994년 ‘김대중(金大中) 내란음모사건’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5·18 가해세력을 고소 고발했을 때 변호인이었다. 천 장관은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가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피의자 58명 전원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을 이렇게 꼬집었다.

“검찰은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는 대통령의 ‘꼬붕’ 노릇을 충실히 해냈다. 검찰 스스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할 자격과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 반응=한 검사장은 “밖에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장관이 됐는데 검찰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부장급 간부는 “검찰에 대한 편견이 심해 검찰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내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기대보다는 걱정하는 분위기가 많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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