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사할린동포-피폭자 ‘日정부 배상책임’ 공식제기

  • 입력 2005년 3월 17일 18시 11분


정부는 17일 대일(對日) 외교 성명 발표를 통해 일제강점기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일본 정부로부터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태식(李泰植) 외교통상부 차관은 배상의 대상을 군대위안부,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자 등 3가지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차관은 이날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의 성명 발표 후 가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일본 측이 법적으로는 마무리됐다고 밝히고 있으나 도의적으로 책임질 것이 있을 경우에는 우리 정부와 함께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라며 배상 관철을 강조했다.

이는 ‘1965년 한일협정을 통해 이미 끝난 문제’라는 일본 정부의 공식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한일관계에 파란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은 이와 관련해 “이들 3개 항목은 한일 청구권협정 8개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사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노무현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이 당시 “(일본이)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그리고 화해해야 한다. 그것이 전 세계가 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 방식이다”고 말한 것은 이날 정부가 내놓은 성명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풀이될 수 있다.

과거 이승만(李承晩) 정부 이후 한일 과거사 청산과 관련해 ‘배상’이라는 용어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처음이다. 배상이란 기본적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를 ‘불법행위’로 규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피해의 보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밝힌 배상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개인보상청구권’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며, 일본 정부가 협상 당시 청구권자금 명목으로 내세웠던 ‘한국의 독립 축하금’ 또는 ‘경제협력 자금’과 다른 성질의 것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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