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TK-TK 투톱’… 안정이냐 정체냐

  • 입력 2005년 3월 11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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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강재섭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전 원내대표, 함께 출마했던 맹형규 권철현 의원과 화합을 다짐했다. 왼쪽부터 맹 의원, 강 원내대표, 박 대표, 김 전 원내대표, 권 의원. 김경제 기자
11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강재섭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전 원내대표, 함께 출마했던 맹형규 권철현 의원과 화합을 다짐했다. 왼쪽부터 맹 의원, 강 원내대표, 박 대표, 김 전 원내대표, 권 의원. 김경제 기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의 안정을 택했다. 11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5선의 경륜을 앞세워 ‘당 위기를 구할 구원투수론’을 내건 강재섭(姜在涉)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강 원내대표의 선출로 한나라당은 본격적인 당 체제 정비에 착수했으나 아직도 앞길은 멀고 험하다.

▽공고해지는 박 대표 체제=우선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원만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게 당 내의 중론. 강 원내대표는 지난해 3월 탄핵 사태 때 박 대표 체제를 만든 ‘공신’이었고, 이번 행정도시법 처리 과정에서도 경선 후보 3인 중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져 박 대표의 결단을 지지했다.

당초 2차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과반 표가 나온 것도 당 내에서 리더십 위기에 부닥친 박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줘 안정을 회복하겠다는 의원들의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 원내대표는 이날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당내 주장에 대해 “지금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쐐기를 박으며 박 대표에 대한 지원사격을 시작했다.

▽‘영남당’ 논란=강 원내대표와 박 대표 모두 대구 출신이어서 자연스럽게 ‘TK(대구경북)당’ 혹은 ‘영남당’ 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박 대표 체제가 그동안 당 쇄신의 일환으로 ‘영남당’ 색깔 지우기에 주력해 왔다는 점에서 영남당 논란 자체는 악재(惡材)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 표결에서 강 원내대표가 55표를 얻고, 부산 출신인 권철현(權哲賢) 의원이 32표를 얻어 영남 출신이 101표 가운데 87표를 휩쓴 것도 영남당 논란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내홍(內訌) 진화에만 신경 쓰다 정작 대선이라는 최후의 싸움에 눈을 감아 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열린우리당이 행정수도 이전 등의 이슈로 ‘중원(中原) 진군’에 신경 쓰고 있음에도 한나라당은 영남이라는 ‘안뜰’에만 안주하려 한다는 것. 한 소장파 의원은 “당장은 당이 좀 시끄럽더라도 큰 싸움을 내다봐야 전투가 아닌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적한 과제=박 대표-강 원내대표 체제가 행정도시법 처리 과정에서 격화된 당내 갈등을 수습할지가 관심이다. 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통과한 만큼 법안 무효화엔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당과 국회 내에 별도 기구를 만들어 반대파 의원들을 끌어들일 생각이다.

당장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국가보안법과 과거사법을 비롯한 첨예한 쟁점 법안을 놓고 협상을 벌일 예정. 강 원내대표의 협상력이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강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에 대해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해 봤는데, 충분히 인간적으로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인간적인 대화’와 당론이 부닥쳤을 때는 통상 당론이 앞서는 게 정치권의 상식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한나라 새 원내대표 강재섭의원▼

한나라당은 1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행정도시법 국회 통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덕룡(金德龍) 전 원내대표의 후임에 5선의 강재섭(姜在涉·대구 서) 의원을 선출했다.

강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 120명 중 101명이 참석한 의총에서 과반수인 55표를 얻어 당선됐다. 함께 출마한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32표, 맹형규(孟亨奎) 의원은 13표를 얻었으며 1표는 무효 처리됐다.

원내대표 경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과 전여옥(田麗玉) 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들은 이날 오후 재신임을 묻기 위해 박근혜(朴槿惠) 대표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박 대표는 다음 주 초 재신임 및 후속 당직 인선에 착수하는 등 당 재정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행정도시법에 찬성했던 강 원내대표는 평소 ‘상생(相生)의 정치’를 강조해온 만큼 여야 관계에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표와 강 원내대표가 모두 대구 출신이라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 ‘TK(대구경북)당’ 또는 ‘영남당’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강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의원들을 만나 접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행정도시법을 둘러싼 내부 갈등 해결 방안에 대해 “당내에 (반대파 의원들이) 활동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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