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 보유 첫 공식선언]뒤통수 맞은 한국

  • 입력 2005년 2월 10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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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자 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2003년 8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회담으로 시작된 6자 회담의 존속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특히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의 6자 회담 이탈은 대화의 전면적인 중단을 의미할 수 있다.

특히 이날 북한의 선언은 이달 중 중국 공산당 고위인사의 북한방문 및 박봉주(朴鳳柱) 북한 내각 총리의 중국 방문 등으로 인해 6자 회담재개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던 시기여서 정부는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미국의 누그러진 태도 등으로 인해 희망적인 전망을 했지만 이날 북한의 태도는 너무도 급작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를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대목은 공개적인 북한의 핵무기 제조 및 보유 선언. 그간 북한을 제외한 6자 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직접적으로 ‘자위용’ 핵무기 보유를 선언함으로써 향후 협상의 틀과 내용에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일본의 핵무장과 대만의 핵개발 추진 등 동북아 지역의 연쇄적인 핵무기 보유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화성이 높은 사안이라 정부는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신성호(辛星昊) 교수는 “이 같은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에 대해 미국이 굽히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미국도 북한의 태도에 유화적인 태도보다는 압박을 하게 될 것인 만큼 6자 회담의 틀 자체도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10일 미국의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출국에 앞서 반 장관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의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의 조기 개최와 한미동맹 강화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측의 예상치 못한 6자 회담 참가 무기한 중단 선언으로 양국 외무장관 회담의 주요 주제도 북측의 돌발행동에 대한 양국의 대응 및 6자 회담 틀의 보존문제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외무장관은 일단 북한이 이 같은 선언을 하게 된 배경과 그 진의에 대한 논의를 통해 북한을 다시 대화의 틀로 복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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