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3년차 무리한 정책 禍불러”…인기위주 부양 경계해야

  • 입력 2005년 1월 21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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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경제 다걸기(올인)’로 정책기조를 잡는 등 ‘이전 2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역대 정권에서의 ‘집권 3년차’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5년 단임제 하에서 집권 3년차 시점은 전반기와 후반기를 연결하는 중간지점. 대통령이 뭔가를 하려는 의욕이 넘치는 데다가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조바심을 느끼는 시점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정책기조를 제대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YS 정부, 세계화가 화두=1994년 11월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은 호주에서 ‘시드니 구상’을 발표했다.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경제규모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 국제화와 개방을 가속화하겠다는 세계화 구상이었다.

이후 집권 3년차인 1995년부터 경제정책의 핵심 화두는 ‘세계화’였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 자유화 조치가 거침없이 추진됐다.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도 ‘세계화 드라이브’에 밀려 득실에 관한 깊이 있는 토론이 생략된 채 추진됐다.

그러나 차입경영 관치금융 정경유착 등 정작 세계화 처방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거의 진척이 없고 그 대신 자본시장 개방 등이 무분별하게 추진되면서 결국 외환위기가 초래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선우석호(鮮于奭晧)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시 정부는 OECD 가입, 선진국 진입 등에 너무 집착하면서 기업구조조정은 소홀했다”고 말했다.

▽DJ 정부, 경기부양 ‘다걸기’의 후유증=외환위기 와중에서 임기를 시작한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1999년부터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섰다. 이에 따라 취임 첫 해인 1998년 ―6.9%로 급락했던 경제성장률은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호조까지 겹치면서 1999년에는 9.5%로 회복됐고 국제수지도 대폭 개선됐다.

그러나 정부가 가속 페달을 너무 밟은 것이 화근이 됐다. DJ 정부는 집권 2, 3년차인 1999년과 2000년에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를 시작으로 신용카드 이용 확대를 통한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섰다. 이후 몇 년간 신용카드 시장은 급격히 팽창했다. 그럼에도 2001년 성장률이 3.8%로 낮아지자 소비 부양 등 또다시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폈다.

이는 결국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조장하면서 수백만 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시켰다. 또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전체 경제가 겪는 고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성공한 집권 3년차의 조건=전문가들은 경제정책에서 정치변수를 제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문석(吳文碩) LG경제연구원 상무는 “5년 단임제에서는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정권 재창출 등 정치적인 문제를 고려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무리한 정책은 반드시 후유증을 낳는 만큼 이를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상무는 “현 정부가 집권 3년차에 경제 살리기로 기조를 삼은 것은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지나친 인위적 부양으로 과거와 같은 ‘과열’을 낳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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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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