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사이트 ‘알이자’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 입력 2005년 1월 10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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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어 인터넷사이트 ‘알이자’(www.alezah.com)에 남겨진 ‘한국인 2명을 납치했다’는 성명은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가지고 있을까.

이 사이트를 분석한 선문대 통일신학부 이원삼 교수는 “알이자 사이트 가운데 인터넷 카페 게시판처럼 누구라도 글을 남길 수 있는 곳에 한국인 납치 사실을 알리는 성명이 떠 있다”며 “따라서 성명의 신빙성은 일단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트의 첫 화면은 꽤 짜임새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왼쪽 상단에 코란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에 ‘우리에게 이슬람 외에는 영광이 없다’고 적혀 있다. 사이트 이름인 ‘알이자’는 ‘영광’을 뜻하는 아랍어. 이 사이트는 주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성명을 게재해 왔다.

화면 가운데에 BBC 아랍어 사이트의 링크 표시가 있고, 그 아래에는 라마단을 어떻게 맞아야 할 것인지, 팔레스타인에서의 성전의 의미에 대한 글이 올라 있다.

오른쪽으로는 코란, 이슬람 문학, 지하드 등 링크가 나열돼 있다. 문제의 성명은 지하드 링크 내 ‘무자헤딘’이라는 하부 링크 속에 ‘이라크 지하드 단체의 성명’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

성명이 게시된 곳으로 보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이 사이트를 주로 사용해 온 단체가 ‘이라크 성전을 위한 카에다 조직’(옛 ‘유일신과 성전’)인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라크 내 테러를 주도하고 있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이라크 성전을 위한 카에다 조직’은 지난해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 씨를 살해한 테러단체다.

자르카위의 한 측근이 지난해 10월 17일 ‘이라크 성전을 위한 카에다 조직’의 법률위원회 아부 하프스 알 리비 위원장이 죽었다는 성명을 남겼을 정도로 이 사이트는 이 조직의 대외 창구 역할을 했다.

외국인 인질을 납치하거나 참수했다는 성명도 이 사이트에 단골로 게재됐다.

지난해 9월 16일 영국인 케니스 비글리 씨(62)를 납치해 참수했다는 성명이 이 사이트에 처음 공개됐고, 9월 23일에는 이탈리아 정보기관 여자 요원 2명이 납치 참수됐다는 사실도 소개됐다.

당시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이 사이트의 공신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글리 씨의 납치 주장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며칠 후 비글리 씨의 참수 모습이 공개되면서 알이자에 게재된 ‘이라크 성전을 위한 카에다 조직’의 성명은 사실로 확인됐다.

반면 “이탈리아 정보기관 여성 2명을 칼로 무자비하게 참수했다”고 했던 테러단체 ‘안사르 알 자와히리’의 성명은 사실이 아니었고 이 여성들은 모두 살아서 귀국했다.

이 교수는 “참수와 관련한 사실이 한 번 빗나가긴 했지만 납치와 관련된 성명은 거의 예외 없이 사실이었다”며 “한국인 납치 가능성을 쉽게 부인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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