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국 “9월은 정상외교戰”

  • 입력 2004년 8월 30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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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1개월 만에 정상외교를 위한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올 9월은 한반도 주변 4강국의 외교경쟁이 숨 가쁘게 전개될 전망이다.

동북아 질서 차원에서 최대 관심사는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하는 유엔총회에서 일본이 밝힐 예정인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의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개막 첫날 연설에서 △상임이사국을 5개에서 10개로 확대 △일본의 유엔분담금 축소(현재 20% 부담) △유엔헌장에서 ‘일본은 적성국’이란 조항 삭제를 요청할 예정이다.

일본의 이런 대범한 제안의 배경에는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공개적으로 전쟁 포기 및 전력보유를 금지하는 일본 평화헌법 9조의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적도 있다. 중국을 견제할 대항마로 일본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일본의 상임이사국 추진에 펄쩍 뛰고 있다. 과거 침략사를 미화하는 등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라는 원죄를 씻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논의상황을 봐가며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시기장조라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남북한,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과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어떻게 가닥을 잡을지가 주목된다.

2일 고이즈미 총리가 2차대전 당시 러시아에 넘겨 준 북방 4개 섬을 해상 시찰하는 것도 가뜩이나 높아진 이 지역의 민족주의에 불을 지필 개연성이 높다.

9월 중 중국이 내놓을 2005년 가을학기용 초중고교 역사교과서에 적용할 ‘역사 교과과정의 표준’도 뜨거운 감자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초기 결과물인 고구려사 왜곡 시도가 교과서에 담길지가 핵심 변수. 중국은 지난주 “정부 차원에서 손 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지만 이행 여부는 두고 볼 일이란 지적이 많다.

한국에서는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중국과 일본의 ‘동시 부상(浮上)’이라는 사상초유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유엔총회장에 참석한다.

9월 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북핵 해결을 위한 4차 6자회담이 열린다. 과거 6자회담이 그랬듯이 현재로서는 ‘합의한 날짜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미지수. 회담 성사 여부는 9월 중 북-미간의 ‘뉴욕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많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되면 미국은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다.

중국이 추진 중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이 9월 중 성사된다면 빅 이벤트가 될 공산이 크다. 향후 동북아 질서는 미국 내에서 높아져가는 ‘중국 위협론’을 미국 행정부가 어떻게 풀어갈지에 달린 만큼 두 정상이 내놓을 공동성명 내용에 주변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 대통령은 9월 하순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남으로써 지난해 시작한 4강 순방외교를 마무리 짓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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