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정안/한미갈등이 언론 탓?

  • 입력 2004년 6월 15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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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국익 문제를 다루는 데 비아냥거림을 당하는 게 불쾌하다.”

주한미군 감축 공개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양국이 ‘이해할 수 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본보 기사(14일자 A4면)에 대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4일 이렇게 말했다.

외교부는 별도의 참고자료까지 내고 “한미간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본보 기사의 요지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난색을 표해 공론화를 미뤘다”고 설명했지만, 워싱턴 당국자는 “난색을 표한 것은 오히려 한국”이라며 불쾌해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선 분명히 해둘 점이 있다. 문제의 기사는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미 행정부 당국자가 본보로 전화를 걸어와 취재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그는 격앙된 어조로 한국 정부의 브리핑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심지어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곪을 대로 곪아 있는 것이 한미관계의 오늘”이라고까지 말했다.

본보는 이 당국자의 얘기가 개인적 불만인지, 아니면 미 행정부의 기류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1주일간 보도를 보류한 채 다른 워싱턴 취재원들에게 거듭 확인했다. 미 행정부 당국자의 개인적 의견을 전달할 경우 자칫 국익을 해칠지 모른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결과 똑같은 사안에 대해 양국이 전혀 다르게 설명하는 상황을 보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식의 ‘물밑 진실게임’은 국익을 증대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국익에 반한다는 판단이었다.

다시 말해 본보는 이미 존재하는 갈등을 보도한 것이지 있지도 않은 갈등을 조장한 것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외교부 당국자의 브리핑 저변에 깔려 있는 ‘일그러진 의식’이다. 한미간에 심각한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외교부 당국자가 없는 갈등을 언론이 조장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명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혹시 국익에 대한 판단은 공무원의 전유물이라는 시대착오적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김정안 국제부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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