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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9일 02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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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당국은 8일 이 같은 첩보가 입수됐다고 확인하면서도 북한의 조치가 “쌀 부족 때문인지, 시장제도를 대폭 도입한다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쌀 부족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면 북한 경제가 붕괴 직전의 상태에 와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지난해에도 식량을 수매했기 때문에 식량부족일 개연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시작하면서 노동자의 임금과 쌀 등을 비롯한 물가를 대폭 인상했다. 동시에 국가가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식량을 공급해 주었던 배급제를 ‘50% 배급제’로 바꿨다.
이에 따라 국가 유공자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배급제를 유지했으나 일반 주민들은 필요한 식량의 50%는 정부가 지급한 양권(糧券)을 갖고 정부배급소에서 구입하는 형식으로 배급받고 나머지 식량은 농민시장에서 조달해 왔다.
북한은 이 조치를 통해 일한 만큼 벌고, 벌어들인 돈으로 지출하는 사회주의 분배원칙을 확립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공식 가격이 kg당 44원인 쌀이 농민시장에선 100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는 바람에 식량의 이중가격과 인플레이션 문제가 대두됐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3월에는 주민들의 의식주에 필요한 물건을 조달할 수 있도록 기존 농민시장과 장마당에 대한 규제를 풀고 종합시장에 대한 현대식 시장을 평양을 비롯한 전국에 설치토록 했다.
김진경 옌볜 과학기술대 총장이 지난달 중순 서울의 한 통일포럼에서 “북한 당국은 3월 1일부터 토지를 개인이 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며 경제개혁조치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밝힌 것도 북한이 시장경제적 요소를 도입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배급제 중단은 북한이 시장의 역할을 더욱 강조한 것”이라며 “7·1조치의 핵심인 ‘생산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는 방향으로 경제운용 방침이 선회하는 신호탄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북한의 협동농장에서 쌀을 생산 판매하고, 수익을 분배하는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승렬(吳承烈)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쌀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공급량이 충분해야 하지만 북한의 식량상황은 이와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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