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老風' 진원지 영남에 올인전략

  • 입력 2004년 4월 4일 17시 16분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선거 운동 시작 후 첫 주말을 '노풍(老風)'의 진원지인 영남에 '올인'했다. 자신의 60, 70대 폄훼 발언으로 영남 표심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경북 영주의 이영탁(李永鐸) 후보는 전날 "이 발언으로 선거를 치르기 힘들다"며 정 의장의 공동 선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할 정도였다.

전날(3일) 부산 범어사에서 사죄의 9배(拜)를 한 정 의장은 이날은 대구의 한 호텔에서 김두진 대한노인회 대구 중구지구 부회장 등 지역 노인단체 대표들과 만나 "죄송하다"는 말로 하루를 시작했다. 당초 S 양로원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계속 양로원과 경로당을 찾아다니면 오히려 일을 키운다"는 주변의 제안을 받아들여 대표와의 면담으로 대신했다. 하지만 이들은 "개과천선하시오"라는 말로 여전히 노기(怒氣)를 감추지 않았다.

정 의장 일행은 이어 팔공산 자락의 동화사에 들러 역시 9배를 한 뒤 주지인 지성(知性) 스님을 만나 "어른들에게 상처를 드렸다"며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이에 지성 스님은 "행동보다 말이 더 중요하고 말보다는 생각이 더 중요하다" "열린 가슴으로 보면 모든 국민들이 부처"라며 '뼈있는' 지적을 쏟아냈다. 이를 지켜보던 신도들 중 젊은 신도들은 "정동영이다"며 카메라 폰을 터뜨렸지만, 나이 많은 신도들은 "시주나 하고 가라"며 퉁명스러운 반응이었다.

정 의장은 이어 이날 오후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대 롯데의 프로야구 개막전에 들러 유권자들과 만났는데 분위기는 비슷했다. 젊은 팬들은 정 의장에게 야구공을 건네며 사인을 요청했지만, 일부 나이 많은 팬들은 "야구 좀 보게 정동영은 빨리 가라"고 외치다 당직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정 의장은 5일에는 부산을 다시 방문한다.

대구=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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