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분하게 憲裁 결정 기다리자

  • 입력 2004년 3월 14일 18시 33분


코멘트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이후 국론이 극단적으로 분열되고 있어 우려된다. 탄핵 반대세력은 연일 규탄집회를 열고 있고, 탄핵 찬성세력도 맞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여야는 서로 등을 돌린 채 대화의 통로마저 단절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정치권과 외곽세력, 시민단체 등이 저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사에 영향을 주려는 듯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는 점이다. 지금은 누구든 차분하게 헌재의 심판 과정을 지켜볼 때지 제각각 나설 때가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자중(自重)해야 한다. 여권은 탄핵안 가결 후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가며 헌재를 몰아붙이는 분위기인데 성숙하지 못하다. 어제만 해도 열린우리당 당직자는 “헌재 결정 때까지 촛불시위가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발언들이 친노(親盧) 세력의 적극적 움직임과 겹쳐 여론시위를 부추기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다.

야당이나 탄핵 찬성세력이 대통령의 자진 사임을 압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옳지 않다. 탄핵 절차에 정당성이 있었다면 그 후의 행동도 합법의 틀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국회법 134조는 탄핵 피소추자의 사직원 접수허가를 금지하고 있다.

총선 일정과 관계없이 심판하겠다는 헌재 입장이 나온 마당에 결정 시점을 두고 이런저런 주장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각에서 나오는 총선연기론이나 개헌론도 헌재 심판에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런 발상부터 거둬야 한다.

헌재가 18일 첫 평의를 열기로 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적절하다. 정치상황이나 여러 세력의 움직임에 구애받지 않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공정한 심판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정치권과 국민은 헌재의 역량을 믿고 기다리면 된다. 이성과 자제만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