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자회담 D-2]美, 북핵 직접 거론땐 난기류

  • 입력 2004년 2월 22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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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제2차 6자회담의 성패는 과연 북한이 핵 개발을 어느 정도 시인할 것인지, 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한국 미국 일본이 그 대가로 북한이 수용할 만한 구체적인 ‘상응 조치’를 내놓을 것인지에 달려있다.

▽의제=미국은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 상황 및 고농축 우라늄(HEU) 보유 문제를 중점적으로 따질 예정이다. 북-미 양국이 HEU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를 놓고 입씨름을 벌인다면 회담은 첫날부터 삐걱거릴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일체의 핵 활동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풀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며 중유 지원을 재개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우라늄을 제외한 채 플루토늄 방식의 핵 활동 중단만을 거론한다면 (북한이 우라늄 핵개발을 시인한) 2002년 10월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원칙(CVID)’을 구체적으로 북한에 전달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회담 진척 여하에 따라 대북 식량 및 에너지 지원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

또 6자회담의 정례화 및 각국의 차석대표가 단장을 맡는 워킹 그룹회의(실무회의)의 신설도 다뤄진다. 수백평 규모의 초대형 회의장에 국가별로 대표단 18명, 통역자 4, 5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회담에선 밀도 있는 논의가 어려운 점을 보완키 위한 것이다. 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실무회의는 본회담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전망=외교통상부측은 “이번 회담에서 브리핑을 제대로 하겠다”고 말해 회담을 대체로 낙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한 관계자도 최근 “북한이 (제1차 회담 이후) 불가침조약 체결 요구를 거뒀고 미국도 서면 안전보장안을 내놓는 등 반전의 계기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최소한 제3차 회담의 날짜 및 워킹그룹 구성은 합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회담 준비를 하는 실무팀은 이런 낙관론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한 관계자는 “다음 회담 날짜 및 워킹그룹 구성에 합의하면 성과”라면서도 “참가국들이 그 약속을 이행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핵 문제 해결은 긴 여행 같은 것으로, 이번 회담에선 핵심 사안이 거론되는 것에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김계관-켈리 '북핵설전' 16개월만에 재회▼

제2차 6자회담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재회이다.

두 사람은 2002년 10월 3일 평양의 북한 외무성청사 제1회의실에서 마주앉아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인 전력이 있다.

당시 켈리 차관보는 북한이 농축 우라늄 핵연료 제조를 위해 주문한 ‘물품’의 명세서 및 송장(送狀) 등을 제시하고 핵개발을 시인할 것을 다그쳤다. 이에 김 부상은 “그런 일이 없다”고 버텼고, 그날 밤 만찬은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북한은 다음날 강석주(姜錫柱) 제1부상을 통해 “그(우라늄 무기)보다 더한 것도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2주일 후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북한은 이를 미국의 조작극이라고 반박했다.

16개월여 만에 다시 만나는 켈리 차관보와 김 부상은 이 문제로 다시 설전을 벌일 전망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회담 수석대표를 김 부상으로 교체한 것도 일관되게 우라늄 핵개발을 부인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상은 올해 초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을 방문한 미 상원의원 보좌관 2명에게 “(플루토늄이 아닌 우라늄 방식은) 장비도 없고, 기술적 전문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6자회담 참가국 수석 및 차석 대표

미국러시아한국일본북한중국
수석대표제임스 켈리국무부차관보알렉산드르로슈코프외무부차관이수혁외교부차관보야부나카미토지외무성아시아·대양주국장김계관외무성부상왕이외교부부부장
차석대표조지프디트라니국무부 한반도담당 특사발레리수히닌아주1국부국장조태용북핵외교기획단장쓰루오카고지심의관이근미주국부국장닝푸쿠이북핵전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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