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경찬 펀드’ 의혹 샅샅이 밝혀라

  • 입력 2004년 2월 4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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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돈 민경찬씨가 계약서나 약정서도 없이 2개월 만에 653억원을 모금한 사건은 이미 단순 금융사고를 넘어 대형 친인척 비리 의혹으로 비화됐다. 하지만 그간 민씨를 직간접으로 접촉한 청와대와 금융감독원,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위법 사실을 찾기 어렵다”라거나 “투자자 보호” 등 구차한 이유를 내세워 오히려 의혹을 키워 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어제 민씨를 긴급체포하고, 사무실과 병원 등을 압수수색한 것도 뒤늦은 감이 있다. 경찰은 이제 대통령 사돈이 조성한 ‘도깨비 펀드’의 진실과 투자자들의 신상 등을 소상하게 밝혀내 이 사건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샅샅이 들춰내야 한다. 민씨도 “대통령 사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나 자신이 놀랄 정도로 모금액이 늘었고, 원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해도 후회하지 않을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며 사실상 ‘속 보이는 투자’임을 암시하지 않았는가.

시중에 나돌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정략과 맞물려 갖가지 유언비어가 난무하게 될 것이다. 경찰이 만약 진실을 은폐하거나 ‘꼬리 자르기’식의 수사를 한다면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를 피할 수 없다.

이런 때에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시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대통령사정비서관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것도 석연치 않다. 따라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민경찬 펀드’ 관련 첩보를 입수한 시점과 조치 및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지난달 31일 민씨를 출국금지하고도 이를 쉬쉬해 온 경위도 아울러 밝혀져야 한다.

‘민경찬 펀드’는 현 정권의 도덕성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더 우물쭈물하며 의혹을 키워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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