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추진]“총선용 선심정책” 노-사 모두 반발

  • 입력 2004년 1월 19일 18시 49분


정부가 19일 발표한 정년연장 대책은 저출산으로 인해 갈수록 일할 수 있는 젊은층은 줄어드는 반면 노령층은 늘어나 노동인력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마련된 것이다.

한국은 이미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에 진입했고 2019년엔 고령사회(〃 전체 인구의 14% 이상), 2026년엔 초고령사회(〃 전체 인구의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정년 연장을 위해 기업에 대해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채찍’과 사회보험료 감면이나 장려금 지원 같은 ‘당근’을 함께 사용할 계획이다.

정년연장 방안은 크게 3단계로 나눠 추진된다. 우선 올해는 1단계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평등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다.

또 2002년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정년인 57세에 못 미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년연장계획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해 정년이 줄어드는 것을 막을 방침이다. 정년퇴직 근로자를 다시 고용하거나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에 대해선 장려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시행되는 2단계에서는 근로자 모집과 채용, 해고에 고용평등촉진법이 적용돼 연령을 기준으로 근로자를 뽑거나 해고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어기면 기업은 권리구제기구를 통해 처벌받고 근로자는 구제받게 된다.

이와 함께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마지막 3단계는 2008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2033년까지 65세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고용평등촉진법의 차별금지 연령을 2008년엔 18∼60세로 정하되 이후 상한연령을 국민연금 수령연령과 연계해 계속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정년을 연장한다는 방안이다.

일본은 1998년 고령자 고용촉진법에 ‘정년 60세’를 의무화했다.

또 미국은 1968년 정년제를 폐지했으며 1986년 ‘취업·해고 등에서 70세 이하 차별 금지’를 규정했던 연령차별금지법을 개정해 아예 연령 상한을 없앴다. 이에 따라 70세 이상 고령자도 능력과 의사가 있으면 근로자가 될 수 있어 가장 선진적인 법 규정을 갖춘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이 밖에 고령자의 고용 촉진을 위해 기업이 일정 연령 이후의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정년 이후의 근로자를 재고용하는 경우 현행 1년간의 고용계약 대신 최장 3년까지 고용할 수 있는 ‘다년(多年) 고용계약’을 적극 장려할 방침이다.

또 40∼64세 중고령자 실업자 가운데 재취업을 위해 훈련을 받는 사람에 대해서는 최장 2년간 실업급여의 70%까지 훈련연장급여를 지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방안이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점이다. 지금도 기업마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정년을 58∼60세까지로 규정하고 있지만 많은 근로자가 정년 이전에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 등으로 퇴출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 이 방안이 시행될 경우 노동시장이 경직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민간 기업에 강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정부안이 발표되자 의견서를 통해 “정년연장 문제는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아닌 기업 자율로 결정할 내용”이라고 즉각 반발하기도 했다.

따라서 결국 강력한 노조를 둔 대기업이나 공기업 근로자, 공무원만 이 제도의 혜택을 보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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