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책임총리제 빅딜 제안]한나라 "국면 호도용 책략"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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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총리제와 도농복합선거구제 빅딜 논의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26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왼쪽)와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각각 상임운영위원회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서영수기자
책임총리제와 도농복합선거구제 빅딜 논의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26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왼쪽)와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각각 상임운영위원회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서영수기자
여권이 26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책임총리제-도농복합선거구제 ‘빅딜’ 방안은 막판 정치개혁협상에 최대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김원기(金元基) 공동의장은 이날 최고지도부회의에서 야권과 동시타결 방안을 타진해 온 과정을 설명하면서 일종의 ‘윈윈 게임’식 논리를 전개했다. 그는 책임총리제-도농복합선거구제가 함께 타결돼야 하는 이유에 관해 “지금의 지역구도 정치에서 책임총리가 각료에 대한 제청권을 갖게 되면 정치 중심의 조각이 되고, 이는 특정 지역정당에 모든 권한을 다 주는 결과가 되므로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야 3당이 현행 소선거구제하에서 지역구 수를 오히려 늘린 ‘다수안’을 밀어붙일 경우 지역구도가 더욱 고착화되고 책임총리제의 시행은 더욱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당이 내놓은 빅딜 방안은 총선 이후 야권의 압박공세가 거세질 분권형 개헌 및 책임총리제 요구에 대한 사전차단카드로서의 성격도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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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기 “지역주의 타파위해”

한나라당은 이날 우리당의 공개 제안에 대해 “대중을 선동해 국면을 호도하려는 구시대적인 책략”이라고 발끈했다.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은 비상대책위 주요당직자 연석회의에서 책임총리제 등에 대해 “우리 당에서는 이미 폐기한 지 오래다”며 “책임총리제에 대해 ‘쿠데타 음모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던 여권이 말을 바꾸고 있다. 혼란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려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수도권 중진 등 당내 일각에서도 필요성을 제기한 빅딜 방안에 대해 거리를 두려는 것은 이미 소선거구제에 의한 지역구수 증가안을 야권3당이 합의해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새삼 이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경우 내부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

당초 중대선거구제를 당론으로 했던 민주당 내부에는 빅딜에 대해 긍정적 반응도 적지 않다. 그러나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얼마 전 한 상가에서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만났는데 동시 타결론을 얘기하더라. 하지만 당 내부를 분열시킬 소지가 있어 조심스러운 사안이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당내에는 크로스보팅을 선호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어차피 한나라당의 태도가 중요한 만큼 민주당이 먼저 나서 수용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빅딜 방안이 실제로 야권에 의해 전폭 수용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여권은 수도권의 한나라당과 민주당 중진들의 중대선거구제 선호 심리와 책임총리제에 대한 야권의 미련을 최대한 활용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체중이 실린 도농복합선거구제를 지속적으로 촉구해 나갈 움직임이다. 여권은 이 방안이 설사 성사되지 못한다 해도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노력을 다했다’는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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