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KBS-조선중앙TV 뉴스 비교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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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방송보다 북한의 방송이 국제뉴스 비중이 더 높으며, 남한 방송이 수도권 중심 보도를 하는 것과 달리 북한 방송은 지방소식을 많이 보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이기현(李紀炫) 책임연구원은 30일 ‘남북한 텔레비전 뉴스보도 비교 연구’란 보고서에서 ‘KBS 뉴스9’와 북한 조선중앙TV의 저녁종합뉴스인 ‘8시보도’를 비교해 남북한의 뉴스보도(4월 1일∼6월 20일) 형태를 분석했다.

KBS는 남녀 두 명의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는 데 비해 조선중앙TV는 1명의 남성앵커와 2명의 여성앵커가 공동 진행한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여성앵커의 보도량이 남성의 두 배에 이를 만큼 많다. 뉴스 보도 형식으로는 남한에서는 앵커 멘트-기자 멘트-현장인터뷰 등으로 이뤄진 보도가 많은 반면, 북한에서는 앵커의 단순 스트레이트 보도가 70%를 차지한다.

남한뉴스 중 건수가 가장 많은 분야는 사건, 사고 등 사회뉴스(35.1%)였다. 반면 북한에서는 사회뉴스가 10.6%에 머물렀고, 문화·스포츠 뉴스(27.7%)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북한에서는 과학관련 뉴스(7.4%)가 많은 반면 남한에서는 ‘생활·흥미’ 관련 뉴스가 9.2%를 차지해 차이를 보였다. 북한 뉴스에 문화나 과학기사가 많은 것은 사상 교양사업과 기술력 자랑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기간 중 KBS 뉴스는 89.6%가 남한 내부소식에 집중된 반면, 조선중앙TV는 북한 내부소식이 78.7%였고 아시아 지역소식(8.5%), 남한소식(4.3%), 북미지역 뉴스(3.2%)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KBS는 남한 내부 보도 중 64.4%가 서울지역 소식이고, 지방소식은 21.9%에 불과했으나 조선중앙TV는 지방소식이 절반을 차지했다.

남북한 보도에 있어 공통점도 발견됐다. 대부분의 보도가 원인, 과정, 결과를 위주로 보도되며, 문제해결의 방향을 제시하는 ‘대안’을 제시한 보도는 남북한에서 모두 3% 정도에 불과했다.

북한에는 조선중앙TV와 만수대TV(평양 지역방송), 교육문화TV가 있다. 그러나 만수대TV는 평양지역에서 토·일요일에만 방송되며, 교육문화TV는 문화 상식 과학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송. 조선중앙TV가 사실상 북한주민을 위한 유일한 전국 종합채널이며, 태국 타이콤 위성을 통해 해외로도 내보내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오후 5시1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방송한다.

이기현 책임연구원은 “북한의 뉴스는 사건이나 정보전달보다는 체제 수호와 사상교양 사업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향이 짙어 남한과 보도 형식 및 내용이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KBS 9시뉴스’(사진 왼쪽)에서는 남녀 앵커 한 명씩이 진행하지만, 북한 조선중앙TV에서는 남성 1명, 여성 2명의 앵커가 출연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南자연다큐, 北안방서 주목끌까▼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방송교류는 ‘KBS 교향악단 합동연주회’ ‘MBC 평양특별공연’ 등 방송사별 이벤트 위주로 진행돼 왔다. 이런 이벤트성 교류는 남북상황에 따라 가변적이었고 과도한 대가 지불에 대한 논란도 일으켰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남한의 방송위원회와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위원회가 체결한 ‘방송교류 기본합의서’를 계기로 개별 방송사 차원을 넘어 방송영상물 교류와 방송기술 협력 등 포괄적 단계의 교류가 모색되기 시작했다.

15∼19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2003 남북 방송인 토론회 및 방송영상물 소개모임’에서는 광복 후 처음으로 남북한 방송관계자들이 모여 토론회와 방송영상물 전시 및 판매를 했다.

전시장 특별관에서 KBS는 ‘역사스페셜 대고구려-광개토대왕 정복 루트를 가다’, MBC는 ‘!느낌표’, SBS는 ‘여인천하’, EBS는 ‘방귀대장 뿡뿡이’ 등을 상영했다. 북측에서는 ‘유구한 역사로 빛나는 조선’ ‘햇빛 속에 만발하는 재능’ ‘호랑이를 이긴 고슴도치’ ‘종달새’ 등 4편을 상영했다.

북측은 물고기의 부성애를 다룬 KBS 다큐 ‘가시고기’, EBS ‘시베리아 호랑이’ 등 남측의 자연다큐멘터리에 관심을 보였고, 드라마 ‘명성황후’나 ‘역사스페셜 대고구려-광개토대왕 정복 루트를 가다’와 같은 민족의식이 깃든 작품에도 눈길을 보냈다. 또 남측 방송사들이 사용하는 사이버 스튜디오와 히말라야 등반 촬영기법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남측은 ‘묘향산’ ‘영리한 너구리’ ‘민속무용 상모춤’ 등 북한의 민속 교양물 66개 프로그램을 구입했고, 북한은 ‘한반도 탄생의 비밀’ ‘떡, 우리의 떡’ ‘어미새의 사랑’ ‘1억 마리의 홍게’ 등 남측의 자연 다큐 14편을 구입했다. 프로그램 가격은 동남아지역에 거래하는 국제시세를 기준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위원회의 홍성규(洪性奎) 남북방송교류추진위원은 “남북한이 기본적으로 방송을 하는 것을 전제로 프로그램을 구입했기 때문에, 남측의 프로그램이 북측 방송에 나가게 된다면 그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KBS와 조선중앙TV 메인뉴스 비교

KBS 조선중앙TV
보도영역사회(35.1%), 경제(22.4%), 정치(9.8%), 생활·흥미(9.2%), 문화·스포츠(5.7%), 과학(2.9%) 등문화·스포츠(27.7%), 경제(21.3%), 사회(10.6%), 정치(7.4%), 과학(7.4%), 생활·흥미(0%) 등
보도형식단순+해설보도(51.1%)단순사실 보도(70.2%)
보도구성앵커 멘트-기자 멘트-현장인터뷰(74.1%)앵커 멘트로만 보도(70.2%)
대상국가남한(97.5%) 등북한(78.7%), 아시아(8.5%), 남한(4.3%), 북미(3.2%) 등
대상지역서울(64.4%), 주요대도시(13.7%), 지방(21.9%)평양(43.5%), 주요대도시(6.5%), 지방(50%)
앵커성별건당 보도시간남성 2시간 7분 5초, 여성 1시간 42분 45초남성 41분 20초, 여성 2시간 19분
방송어휘 특징‘떡값’ ‘촌지’ 등 은어·속어적 표현, 이야기식 문체, ‘공포의 먹구름’ 등 과장법‘불철주야 애족인민…’ 등 장식문체와 격식체 어휘, ‘고리박살행위’ 등 전투적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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