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통령직 연연하지 않겠다”…최도술씨 관련 심경밝혀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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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통령직에 연연해하지 않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수뢰혐의와 관련해 자신의 심경을 몇몇 핵심 측근들에게 솔직히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16일 최근 노 대통령이 “검찰과 국가정보원을 장악하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정권 말기에 내가 비참해진다”면서 “임기를 못 채우더라도 차라리 개혁에 큰 획을 긋고 중도에 물러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결의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임기를 질질 끌면서 아무 개혁도 못하고 욕보는 것보다는 한국 정치에서 정치부패를 끊었던 대통령으로 국민들의 기억에 남기를 원한다”고 말했다는 것.

노 대통령은 또 “내가 검찰에 기대어 권력을 쥐면 측근들의 부정이 싹트고 나중에 검찰이 이를 이용해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빨라져 대통령이 결국 비참해진다. 임기가 끝나서 데리고 있던 참모들이 감옥에 가는 역사적 불행이 이어질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정권 초기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검찰과 국정원의 권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노 대통령은 “그런 옛날식 정치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잘라 버렸다는 전언이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최 전 비서관을 수사하지 말라고 하면 검찰이 당장은 수사를 하지 않겠지만 임기가 끝날 때쯤 측근비리가 불거지면서 내 주변의 모두가 불행해진다”고 강조했다는 것. 또 “최 전 비서관 수사를 계기로 이제 어떤 측근도 10억원을 받으면 감옥에 다 가야하고 국회의원들도 1000만원 받은 게 나오더라도 감옥에 갈 생각을 해야 할 것”이라며 강력한 정치개혁 의지를 비쳤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내가 물러나더라도 자율과 분권 시대를 열려다가 측근비리가 터져 홀연히 떠난 대통령으로 되고 싶다”면서 “실패한 대통령이 꼭 실패는 아니며 역사 발전에 거름이 될 수 있다. YS나 DJ처럼 임기를 다 채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재신임 투표의 결과에 대한 우려에 대해 노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까지 이기는 싸움을 하지 않았다”며 “역사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면 된다”고 오히려 참모들을 위로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16일 세계지식포럼 참석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에드윈 풀너 헤리티지 재단이사장으로부터 재신임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본인과 주변이 허물이 없고 금전적 부정이 없는 대통령이기를, 심각한 허물이 발견되면 사임할 줄 아는 양심을 보여주는 대통령이기를 원했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그런데 사임이 무책임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기에 그렇다면 그 점에 대해 국민에게 묻고자 재신임을 묻기로 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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