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술 파일'에 대체 뭐가 있길래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6시 08분


'최도술(崔導術) 파일에 도대체 뭐가 있었길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자신의 20년 집사인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문제를 공식 사과하면서 재신임 문제까지 발표하고 나서자 노 대통령이 최씨의 SK 비자금 문제를 어느 수준까지 알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9일 발리에서 귀국한 직후 밤 8시부터 9시30분까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들과 회의를 갖고 각 수석실별로 현안 브리핑을 받았으나 공식석상에서는 최씨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일부 참모들이 노 대통령을 따로 만나 현안들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최씨 문제와 검찰수사 진행상황 등이 깊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최씨에 대한 첩보사항과 신문기사 등의 내용을 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수석이 검찰수사에 앞서 최씨를 정식으로 조사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최씨의 해명과 증언도 듣고 노 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씨 사건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검찰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아는 것, 모르는 것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일절 함구했다.

민정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나름대로 첩보 등을 파악해 대통령에게 보고로 올라갔다"고 말해 상당한 정황을 파악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SK 비자금 말고 다른 것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새나왔다.

이런 점에서 적어도 검찰이 발표한 SK비자금 10억원 수수가 상당 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청와대 내부 시각이다.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려운 다소 애매모호한 사건이라면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측근의 비리 연루의혹을 사죄하고 재신임 얘기까지 꺼내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재신임 얘기를 꺼낸 배경에는 최씨 문제뿐만 아니라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노 대통령의 '오른팔' 이광재(李光宰)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의 금품수수 의혹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실장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부터 불거진 안희정(安熙正) 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장과 염동연(廉東淵)씨 등 핵심 측근의 비리의혹 사건에 대해 심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느껴왔다는 점에서 '정면 돌파용'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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